[3ㆍ22 부동산대책 이후] DTI 부활하지만…'강남 6억이하' 대출금액 오히려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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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ㆍ하나은행 공동분석 / 대출 가이드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에 따라 은행에서 실제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
연봉 5000만원 직장인, 강남 6억 이하 집 살때 최대 2억8970만원 대출
수도권은 LTV 규제만 남아…집값 낮아 DTI 의미없어
한국경제신문은 23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과 대출 한도 일부 확대를 골자로 한 이번 대책과 관련,하나은행과 함께 사례별로 조목조목 짚어봤다. 연 50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이 서울 강남,강북,수도권 지역에서 아파트 1채를 구입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변동금리,고정금리,일정 기간 이자만 갚는 거치식,원금도 함께 갚아 나가는 비거치식 등 '경우의 수'에 따라 대출 가능 금액을 각각 계산했다. 대출 만기는 15년,거치식은 3년을 두도록 했다. 대출 가능 금액을 실제로 계산해본 결과 DTI 규제가 '부활'했다기보다 오히려 '대폭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6억원 이하 DTI 완화
강남 3구는 이번 정부 조치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15%포인트만큼 대출 가능 금액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산에 따르면 강남 3구에서 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면 지금은 변동금리 대출로 2억원 남짓 대출받을 수 있지만,4월부터는 고정금리와 비거치 분할 상환 방식을 활용하면 7000만원가량을 더 대출받을 수 있다. 변동금리로 대출받더라도 거치기간을 두지 않으면 대출 한도가 9000만원가량 증가한다.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6억원 이하 주택에서는 DTI 완화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반면 감정가로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대출 한도를 15%포인트 늘려주는 특례를 받지 못해 현행대로 40%의 DTI가 적용돼 혜택을 볼 수 없다. ◆"수도권 외곽은 LTV가 대출한도"
서울에 비해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도권 일대는 사실상 DTI 규제 부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이나 경기지역에서 3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DTI로 계산한 대출 한도는 담보인정비율(LTV)을 훨씬 웃돌았다. 고정금리 · 비거치식 대출을 받을 경우 DTI가 75%까지 늘어 대출 가능 금액이 3억9510만원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LTV는 1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DTI 규제 부활이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분당이나 용인 등 집값이 비싸고 중대형 주택이 많은 일부 지역에서만 DTI 규제 부활에 따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은행 대출 담당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소득이 낮거나 집값이 비쌀수록 DTI 규제 부활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수도권 외곽 지역은 LTV만 적용해 대출 가능 금액을 계산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북은 DTI 부활 의미 있어
서울 강북지역이 이번 조치에 따라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5억원짜리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 원래는 3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번에 DTI 규제가 부활돼 대출 가능 금액이 2억4000여만원(변동금리 · 15년 만기 · 3년 거치 기준)으로 줄었다. 물론 고정금리로 전환하거나 비거치 분할 상환을 선택한다면 종전대로 3억원까지 대출받을 수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정금리 비거치 분할 상환 방식은 현재 은행들이 거의 취급하지 않는 대출 방식"이라며 "서울 강남에 비해 집값 상승률이 높지 않은 강북지역에서 굳이 이 같은 방식으로 대출받아 집을 살 사람이 얼마나 될지 솔직히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DTI 규제는 소득증빙이 안 되는 자영업자들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활로를 막아놨다는 문제점도 있었다"며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조치는 실수요자보다는 강남 일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