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한 한국미술, 美·獨을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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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클리블랜드미술관 특별전한국 문화재를 일본 다음으로 많이 갖고 있는 나라는 미국(3만7912점)과 독일(1만770점)이다. 그런데도 한국 문화재,한국 미술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취약하다. 중국 일본의 아류로 여기기 십상이다. 이런 인식을 깨고 한국 미술의 진가를 알리는 전시회가 미국 독일에서 잇달아 열린다.
퀼른 등 4개 도시 순회전도 열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미술관은 오는 27일부터 8월28일까지 '청아한 한시미술의 세계-한국과 일본 시서화(詩書畵)에 나타난 문인 취미'를 주제로 특별전을 연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하다 지난해 7월 클리블랜드박물관 한국 · 일본미술 큐레이터로 자리를 옮긴 선승혜 씨가 기획한 이번 특별전은 한시를 매개로 한 · 일 미술을 깊이 있게 비교하는 첫 전시다. 선씨는 "속세를 벗어나지 않고도 시와 미술에서 정신적인 자유와 내적 유토피아를 추구한 동아시아 문인들의 예술에 담긴 은일(隱逸)의 세계를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은일'의 세계를 담은 산수화,고사인물화,공예품 등 80여점을 소개한다. 전시품 중 조선 초기 화가로 추정되는 이수문의 '사계산수도'는 그의 산수화 중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가된다. 1992년 워싱턴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특별전 '1492'에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 작품으로 소개된 이후 근 20년 만에 만나는 작품이다.
사간원 관리들의 모임 장면을 그린 작자 미상의 '미원계회도',금강산 구룡폭포를 그린 조선 후기 한운평의 '구룡폭',조선 말기 도화서 화원이었던 양기훈이 그린 '매화나무 위의 새' '상감청자 국화문양 참외형 주자',17세기 조선의 '백자철화매죽문편병'등도 주목된다.
독일에서는 26일 10개 박물관이 참여하는 한국미술 특별전이 시작된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관하는 '한국의 재발견' 특별전으로,쾰른 동아시아미술관 · 슈투트가르트 린덴박물관 · 베를린 아시아박물관 · 라이프치히 그라시민속박물관 등이 소장한 한국미술품 6000여점 중 예술성이 뛰어난 116점을 엄선해 소개한다. 26일 쾰른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라이프치히 · 프랑크푸르트 · 슈투트가르트 등 4개 도시에서 순회 전시한다.
전시 작품은 삼국~조선시대 불화 · 자개공예품 · 병풍 · 청동기 · 인쇄물 등 다양하다. 특히 고려 수월관음도와 조선시대 서원아집도(8폭 병풍),대동여지도 사본,소치 허련의 모란 병풍과 자개칠기 제품,라이프치히 그라시민속박물관의 조선백자 컬렉션 등이 주목된다. 국제교류재단 측은 "독일에 있는 한국 유물의 90%는 선교사 · 외교관 · 기업가 등이 수집한 19~20세기 일상생활 관련 유물이고 나머지 10% 정도만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들인데 그나마도 수장고에 갇힌 채 빛을 보지 못하고 있어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