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초원의 경쟁보다 사막의 자유 택한 '낙타의 생존법'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 최형선 지음 | 부키 | 256쪽 | 1만4000원
책 제목이 선문답 같다. 낙타는 당연히 사막에 사는 동물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낙타가 처음부터 사막에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화석 자료에 따르면 4500만년 전 지구에 나타난 낙타는 수천만년 동안 북아메리카 대륙에서만 번성했다. 180만년 전 빙하기에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사이의 베링해협이 육로로 연결되자 낙타는 이주했다. 아메리카 들소와 마스토돈 등 거센 동물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으로 추정된다. 낙타는 먹고 먹히는 초원을 떠나 사막으로 갔다. 그게 낙타의 생존법이었다. 우리는 보통 생태계를 경쟁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강자는 살아남고 약자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냉혹한 약육강식의 세계.그런 관점에서 보면 낙타는 비참한 패배자다. 그러나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의 저자는 경쟁만이 진화의 방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낙타는 다른 동물을 밀어내기보다 자신의 몸을 가혹한 환경에 적응시켰다. 체온이 41도가 넘어야 땀을 흘린다. 눈물은 코와 연결된 관을 통해 몸으로 다시 들어가 수분 낭비를 줄인다. 낙타는 달릴 줄 알지만 달리지 않는다. 달리면 열이 나므로 에너지와 물을 아끼기 위해서다. 종종걸음도 치지 않는다.

저자는 동물들이 자신도 모르게 공존을 위해 협력한다고 설명한다. 기러기는 무리 지어 비행하면서 병들거나 다치고 지친 동료를 배려한다. 비행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뒤처지면 적어도 두 마리의 다른 기러기가 함께 기운을 북돋우며 날갯짓을 한다. 저자는 치타,고래,박쥐,캥거루 등 생태계의 대표 주자들을 통해 진화의 아름다움과 생태계의 소중함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생태계는 다양한 생존 노력이 모여 공존의 기쁨을 알려주는 곳이다. 보답을 따지지 않고,도움을 강요하지 않지만 결국 긍정이 긍정을 낳는 시스템이다. "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