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디지털 원주민' 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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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세대와 조직정서 충돌…다양성·창조성은 받아들여야디지털 세대가 조직 안으로 밀려오고 있다. 일찍이 N(네트워크) 세대 논의를 주도했던 미국의 사회학자 돈 탭스콧은 디지털 네이티브에 주목하면서 이들을 일컬어 "인류 역사상 가장 영리한 세대"라 칭하고 있다.
현재로서 이들 세대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 시선이 긍정적 관심을 압도하는 듯하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깊이 있는 사고 능력을 상실한 세대요,도무지 책을 읽지 않는 무식한 세대이자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데 매우 미숙한 세대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독방세대로서 지나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요,사교육 세대로서 자율적 판단보다 매뉴얼 의존도가 높은 세대란 평가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디지털 환경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네이티브들이 명백한 트렌드를 형성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조직 차원에서 진행되는 아날로그 대 디지털 정서의 갈등 및 충돌로 인한 소모전 대신 세대 간 유연한 소통 및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도달했다. 이 대목에서 돈 탭스콧이 제시하고 있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특징은 우리의 조직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조직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평생 이곳에 말뚝을 박으리라' 다짐하기보다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떠날 준비가 돼 있는 '잡 갤러리족'의 특징을 보인다. 청년실업 시대임에도 신세대 이직률이 이전 세대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는 안정성보다 선택의 자유로움을 중시하는 이들 세대의 특성이 잘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복제된 획일적 개성의 소유자들이란 비난을 받고 있지만,다른 한편으론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구별짓는 차별화된 개성을 추구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최근 20대 신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은 소비 취향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이들 성향에 주목해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음은 물론이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정보의 바다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검색에 몰입하는 디지털 세대는 영상물 음반에서부터 만화 소설에 이르기까지 무료이용을 당연시하는 '불법다운로더'란 오명을 얻고 있긴 하지만,다른 한편으론 자신이 원하는 최적의 정보를 찾기까지 놀라운 인내력과 특유의 지구력을 발휘하는 세대란 찬사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오프라인 상에서의 팀워크엔 취약하지만 반쯤은 익명성을 지닌 타인들과 온라인 상에서의 협업에는 매우 익숙한 세대이기에,바로 옆 자리에 앉은 친구와 나눌 이야기는 없어도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유기적 연대를 맺을 수 있는 흥미로운 특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동시에 서너 개의 윈도 창을 띄워 놓고 음악을 들으며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멀티 태스킹의 순발력을 발휘하면서 '일=재미 · 유희 · 쾌락'임을 추구하는 세대이자,10억분의 1초 만에 즉각 답변을 내놓는 검색 엔진 덕분에 늘 초스피드를 갈구하는 세대요,얼리 어답터로서 최첨단 기술 습득이 지위의 상징이 되는 세대가 바로 디지털 네이티브란 것이다. 물론 40,50대 디지털 이주민들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 원주민들 역량이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대한 친화성,글로벌 마인드와 문화적 감수성,학연 지연 혈연에 얽매이지 않는 네트워킹 파워 등에서는 원주민들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이해를 위해 잭 웰치가 역설했던 '역(逆) 멘토링'을 시도해 보기,더불어 이들 속에 잠재돼 있는 창조적 역량이 기존 조직의 관성 속에 매몰되지 않도록 조직문화의 다양성 · 역동성 · 유연성을 적극 배양하기,필히 숙고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함인희 <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