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1부ㆍ(5) 연구성과 공유할 '지식 유통시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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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ㆍ기술 인재 10만명 키우자…1부ㆍ(5) 무너지는 산학협력"허구한 날 연구 · 개발(R&D)만 하면 뭐합니까. 성과를 내도 경제적 부가가치로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안 갖춰진걸요. "(A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
폐쇄적인 R&D 시스템도 문제
과학 강국 도약을 위해선 지식 생성과 유통을 위한 국가적인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학 및 정부출연연구기관,기업 민간 연구소 등 R&D를 진행하는 연구 주체들이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유통시킬 수 있는 지식 유통시장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가 전체의 과학 기술혁신과 연구 생산성 제고를 위해선 현재 낙제점인 과학기술계 내부의 신뢰,규범 및 네트워크 확대 등 사회적 자본 수준을 격상시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연구기관의 R&D 성과 부진의 이유 중 하나로 폐쇄적인 연구시스템과 지식유통망의 부재를 꼽는다.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은 "국책 연구과제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연구주체들끼리도 서로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것을 꺼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R&D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연구기관 간 유연성 있는 협력과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식 유통망의 부재 역시 국내 과학기술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은 "R&D 성과를 종합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그 기술을 필요로하는 기업이나 다른 연구기관들이 기존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혁신을 끌어내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하다"며 "지식 유통을 담당할 사업자와 별도 기관 설립에 정부도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
국내 연구기관 간 신뢰를 높이고,유기적인 지식 유통을 위해선 과학 기술계의 사회적 자본이 한 단계 더 성숙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자본이란 개인,조직 간의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사회 생산성을 높여주는 신뢰,규범 및 네트워크 등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무형자산을 일컫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최근 과학기술계 종사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응답자의 86%가 '과학기술계 내부의 갈등 및 이해관계 대립이 존재한다'고 답변했다. 갈등의 유형에 대해서는 '연구 또는 학문분야 간'이 43.7%로 가장 많았다.
송치웅 STEPI 글로컬협력센터 연구위원은 "과학계 갈등을 줄이고 개방혁신(open innovation)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해선 신뢰관계 구축 등 사회적 자본이 무르익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