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섬 매매중단 원인은…"자회사 은행잔액 확인 불가"

매매거래 정지 장기화될 듯
'차이나 디스카운트' 우려
갑작스런 주가 급락과 거래정지로 투자자들의 애를 태웠던 중국고섬이 자회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15개 중국기업이 저평가되는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고섬은 24일 밤 공시를 통해 "감사법인인 언스트앤영(E&Y)이 자회사인 절강화항척륜제조 유한공사와 복건신화위화섬염직 유한공사의 은행 잔액내역에 대해 명확히 확인할 수 없어 매매거래 중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6개 섬유 관련 자회사의 지주회사인 중국고섬에서 2개 회사의 현금성 자산 내역을 담당 회계법인이 확인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재무제표와 실제 자회사의 재무 상태가 다르다는 의미다. 중국고섬이 올 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지 두 달 만의 일이다. 문제는 지난 21일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에서 중국고섬의 원주(原株)가 급락하면서 시작했다. SGX는 원인을 공시하라고 요청했고 중국고섬은 "원인을 확인할 때까지 매매를 중지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SGX 상장 주식의 예탁증서(DR)가 상장된 국내 증시에서도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국내 투자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회사 측의 답변만 기다려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고섬은 자회사의 은행 잔액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언스트앤영의 감사결과만을 발표했다.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고섬은 이날 매매거래중단을 매매거래정지로 전환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거래소는 25일부터 매매거래정지로 바꿀 예정이다. 매매거래중단이 거래량이나 주가 급변 등에 따라 이뤄지는 데 반해 매매거래정지는 상장폐지 기준 해당,위조주식 발행 확인 등 보다 심각한 상황에서 내려진다. 중국고섬의 은행 잔액 유실 규모가 크고 원인이 횡령 등 부도덕한 방법일 경우 바로 상장폐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고섬 사태는 증시에 팽배한 '차이나디스카운트'를 다시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지 않는 중국원양자원 등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