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先黨後私"…분당乙 출마 굳힌 듯

"명분도 승산도 있다" 판단…민주, 이달 말 후보 결정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4 · 27 재 · 보궐 선거에서 분당을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듯한 발언을 했다.

손 대표는 25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분당은 결코 포기대상 지역이 아니다. 오직 당의 승리만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선당후사가 첫번째 원칙"이라고 말했다. 또 "분당이 한나라당 절대 우세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당은 중산층 우세지역에도 과감히 도전해 우리의 가치와 정책을 제시하고 설득해 나갈 것"이라며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당이 이기는 것은 국민의 눈에 아름다운 정치를 보여주는 일이고 우리 당이 정도(正道)의 정치를 펴 나가는 길"이라며 "이런 원칙에 입각해 이달 말까지는 최고위원들과 협의해서 결론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대표가 언급한 '선당후사'와 '아름다운 정치'는 자신의 출마를 염두에 둔 화두로 해석된다. 개인적 이해가 아니라 당을 위해 출마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당의 요구를 수용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당세가 약한 수도권 지역에 자신이 출마하는 것이 당을 위한 희생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손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출마의 명분뿐 아니라 승산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더이상 외부 영입이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손 대표로서는 출마의 명분도 있고 한나라당 후보로 누가 나오든 이길 수 있다는 판단까지 한 것 같다"고 했다. 정운찬 전 총리가 신정아 씨 발언으로 출마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만약 출마한다 하더라도 흠집이 났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봤다는 얘기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손 대표는 평소에 당이 필요로 할 때 과감하게 자신을 던져 희생하는 것이 '아름다운 정치'라고 생각해 왔다"며 "이번 재 ·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손 대표가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은 이제 마음을 굳혔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부연했다. 손 대표의 측근이자 특보단 간사인 신학용 의원이 지난 23일 "승산이 없는데 당 대표를 사지로 몰아내선 안된다"고 기자회견을 한 것도 결과적으로 손 대표의 출마에 "당을 위한 헌신"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명분쌓기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손 대표가 이날 '이달 말까지'로 시한을 정한 것도 "이미 출마하기로 결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