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부자는 지금] 강남 재건축아파트 매입 타이밍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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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 재건축안 통과하자 은행 PB에 문의 쏟아져서울 강남에서 대형 식당을 여러 곳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모씨(52)는 지난 23일 개포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 서울시 도시 · 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하자 바로 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를 찾았다. 올해 말까지 집을 사면 취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데다 이번 변경안 통과로 개포지구 재건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은행금리 이상 수익 나오나
손익계산서 꼼꼼히 분석
강남 부자들이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강남 재건축아파트에 다시 눈길을 보내고 있다. 본격 매수세로 돌아선 것은 아니지만 계산기를 두드리며 손익계산서를 만드는 모습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변경안 통과로 개포지구는 물론 강남권 일대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구매 타이밍을 묻는 문의가 크게 늘어났다"며 "은행금리 이상의 수익이 나오면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훗날 주거를 목적으로 개포지구 내 대형 평형을 매수하려는 수요도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금리보다 높다면 투자 고려
개포주공1단지조합이 작년 말 조합원에게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42㎡형을 보유한 조합원이 전용 85㎡형에 입주하려면 추가분담금을 2억1000만원가량 내야한다. 42㎡형의 현재 매매시세는 8억1000만원 수준이다. 분담금까지 합쳐 재건축한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선 10억2000만원 정도가 필요한 셈이다. 도곡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도곡렉스 등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의 비슷한 평형 가격은 13억원 선이다. 관리처분까지 2년,공사에 3년쯤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5년 뒤 2억8000만원이 남는다. 취득세 보유세 등 세금을 제외하면 차익은 2억5000만원가량이다. 10억2000만원을 연리 5%(세후 연 4.23%)짜리 정기예금에 넣어둔다면 2억1373만원이 나온다. 단 13억원으로 가정한 아파트값이 오를 경우 수익은 증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강남 3구에서도 DTI 비율을 늘려 받을 수 있지만 6억원 이하 주택만 적용 대상이 됐다. 이틀 사이에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시장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한 PB는 "개포지구 계획안 통과 직후 매수 문의를 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3 · 22 대책에서 발표된 DTI 보완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했지만 발표 내용이 계속 바뀌어 대답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개포지구 대형 평형 공급 적어
개포지구에 투자하려는 강남부자들은 소형 평형보다는 대형 평형을 찾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개포지구의 개발이 완료되면 강남권 대표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시세 차익을 거두려는 수요가 많지만 직접 거주할 목적으로 투자한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개포지구 내에서 대형 평형을 찾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단지 규모가 큰 개포주공 1~4단지,개포시영 등은 전용면적 25~73㎡ 수준이며 대부분 35~50㎡ 소형 평형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을 하더라도 140~150㎡를 넘는 대형 평형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조합의 시뮬레이션 결과 개포주공 3단지의 경우 전용 110㎡ 이상 중대형 비중은 전체의 13.8%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개포지구 내에서도 중대형 평형이 많이 들어갈 수 있는 단지를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향후 높은 평형 아파트가 많이 지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큰 평형을 배정받기도 쉽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설립된 단지 가운데서는 일원현대나 일원대우가 이에 해당한다. 5층 규모 저층 단지면서도 중대형 평형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향후 대형 평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원현대의 경우 465채 가운데 전용 92㎡(옛 32평)가 330채로 70.9%를 차지하고 있다.
김법인 일원현대 재건축조합장은 "저층 주거단지인데다 대형 평형이 많아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일반분양 물량이 50%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포지구 계획안 통과 이후 개발 진행 상황 등을 묻는 문의가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