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물꼬 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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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訪北 추진·국제 식량지원한반도를 둘러싼 기류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년간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가 해빙 모드인 '포스트 천안함 · 연평도' 정국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 기류 변화 뚜렷
우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이 추진되고 있다. 카터 일행의 재방북 계획은 공교롭게도 북한의 경제대표단이 다음달 2일까지 미 서부지역과 뉴욕을 시찰하는 일정으로 미국에 도착한 시점에서 나왔다. 그동안 다양한 공식 · 비공식 채널이 움직여 왔다는 방증이다. 카터의 방북을 주목하는 이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이 카터 일행의 방북 기회를 십분 활용,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허용과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선언 등을 통해 북 · 미 대화,나아가 6자회담 재개를 모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5일 AP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지난 한 달간 북한의 식량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600만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굶주리고 있는 만큼 43만t의 국제 식량지원이 절실하다고 권고했다. 유엔의 권고는 앞서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이달 초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는 분리해야 한다"며 엄격한 모니터링을 조건으로 대북 식량재개를 시사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대북 식량지원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음을 시사한다.
북한 내부 상황도 긴박해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국제부 관계자들로 보이는 대표단 10여명이 지난 24일 평양에서 항공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결정된 3남 김정은의 방중 준비와 관련된 대표단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김정은 후계구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최근 6자회담 재개 시 우라늄농축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유화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남북간에는 '백두산 화산 협의'가 예정돼 있다. 꽉 막혔던 대화의 물꼬를 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대화의 진행에 따라서는 남북 당국자 간 협의로도 발전될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협상 국면으로 방향을 튼 듯한 한반도 주변정세 앞에 이명박 정부도 선택의 기로를 맞고 있다"며 "국내 대북 강경파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천안함 · 연평도 사건을 우회해서라도 정세의 흐름에 동참할 것인지,남북관계를 개선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당분간 계속 버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