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대혼선] 與 정책위 의장 "나도 몰랐다" 당황…당ㆍ정 불통 심각

소득세 감세ㆍ수쿠크 도입 등 주요 정책마다 '엇박자'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 당정회의에선 강남 3구(서초 강남 송파)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처음부터 강남 3구는 제외되는 것 아니었나요?"(이종구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심 의장과 이 부의장은 지난 24일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총부채상환비율(DTI)의 15%포인트 확대 적용 대상에서 강남 3구를 제외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는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대해 각각 이같이 답했다. 같은 당의 정책위 사령탑인 두 의원이 부동산 당정회의 결과에 대해 전혀 다른 얘기를 한 것이다.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는 "이번 해프닝은 당정 간 불협화음뿐 아니라 당내 소통 부재 문제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것"이라며 "경제정책에 대한 인식이 통일되지 못하고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당정에서 제시된 경제정책 중에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많다. 소득세 감세 논란,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폐지문제,이슬람채권(수쿠크) 도입 등 정부정책에 대해 당내에서도 이견이 쏟아지면서 당정 간에 마찰을 빚은 사안들이다. 지난해 연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세법 심의에서 최대 쟁점은 소득세 최고 구간에 대한 감세 철회 문제였다. 현 정부는 소득세율 인하를 감세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반면 지난해 가을부터 여당 내에서 정두언 최고위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이 소득세 감세 철회를 거론했고 연말에 이르러서는 소득세 과세기준에 1억원 초과 구간을 만들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국 논의는 올해 말로 보류됐다.

이슬람채권을 발행할 경우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을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도 국회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 이혜훈 의원을 중심으로 한 몇몇 정치인이 "왜 이슬람에 특혜를 주는 거냐"며 관련법 개정을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고소득자에 대해 세무사 등이 세무 검증을 해서 국세청에 소득세를 신고토록 한 세무검증제도도 정부가 도입 의지를 강력하게 보인 사안이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세무사에 대한 혜택"이라며 상임위 통과를 미뤘다. 전 · 월세상한제도 당내 이견으로 추진 방침이 번복된 사례다. 심 의장은 지난 16일 당내 서민주거안정 태스크포스팀이 주장한 전 · 월세상한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좋다"고 답했다가,22일 기자들과 만나 "(전 · 월세상한제는) 당론 추진이 어려워 보인다"고 번복했다.

선물 · 옵션 등의 파생상품에 0.001%의 거래세를 매기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일명 파생상품거래세법)은 부산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로 본회의 직전에 상정이 취소됐다. 이 법안은 만 2년간의 논의 끝에 여야 합의로 법사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부산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시장 위축을 우려해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