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카페] "男 부장판사들, 女 판사와 단 둘이 있을 땐 문 열어둬라"

"여성 배석판사들이 퇴근하기 전에는 방에 혼자 있을 때도 허리띠를 풀거나 짧은 바지로 갈아입는 일이 없도록 한다. "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여성 배석판사들과 함께 근무하는 부장판사의 유의점'이라는 매뉴얼을 작성해 배포했다. 매뉴얼은 부장판사들이 여성 배석판사의 신체를 훑어보거나 몸에 접촉하는 행위,야한 농담 등 성적 불쾌감을 주는 언행을 하면 안 된다는 '상식적인 내용'부터 함께 식사를 할 땐 여성이 남성보다 식사 속도가 늦는 경우가 있으므로 식사 속도를 조절하라는 세심한 부분까지 담고 있다. 또 여성 판사와 단 둘이 합의를 할 땐 판사실 문을 열어두라고 조언한다.

매뉴얼에는 "젊은 여성 배석판사들과 대화할 때 아이돌 그룹 등 인기 연예인,TV드라마 등에 관해 가벼운 정도라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는 부분도 있어 눈길을 끈다.

이번 서울중앙지법의 시도는 여성 법관이 증가하는 현실과 판사사회의 특수성을 함께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부분의 부장판사는 남성인 반면 지난달 임명된 신임 판사 과반수가 여성이다. 연수원을 갓 졸업한 판사들은 배석판사 2명과 부장판사로 구성된 법원 합의부에 배치된다. 이들은 부장판사로부터 실무처리 방법과 법관의 덕목을 배워나간다. 교육은 대부분 도제식으로 이뤄진다. 서울지역 지방법원에 근무하는 모 여성 배석판사는 "부장에게 불만이 있어도 드러내기 힘드니 혼자 마음에 담아두고 계속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남성 법관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