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특기' 살린 박성재 검사…금감원 고발없던 ELW 수사

서울중앙지검 유일한 회계사
경제 기사만 봐도 혐의 잡아내
키코 사건 수사까지 맡아
"박성재 검사 불러서 주식워런트증권(ELW) 설명 좀 하라고 해주세요. "(기자들) "한번 할까요? 증권사 압수수색 영장 받을 때도 박 검사가 법원에 한참 설명했는데…."(윤갑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3차장검사)

최근 증권사 10곳을 대거 압수수색한 검찰 ELW 비리 수사에서 핵심 주역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의 박성재 검사(44 · 사진)다. 검찰이 금융감독원 등의 고발이나 수사의뢰 없이 증권사 범죄를 먼저 파헤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금융 · 증권통'인 박 검사가 뛰어들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다. "검찰에서 박 검사만 제대로 이해하는 내용의 수사" "재판으로 넘어가면 판사들이 꽤나 골머리 앓을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벌써 나온다. 최근 ELW 수사에서는 증권사 10곳이 불공정거래 혐의로 대거 검찰의 조사 대상이 됐다.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인 박 검사는 1991년 공인회계사가 돼 6년 동안 회계법인에서 근무했다. 1998년 늦깎이로 사법고시에 합격,2001년부터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전에는 주로 형사부서에 있어서 이런 경력을 발휘할 기회가 적었다. 오히려 지난해 '영상녹화물의 실무상 쟁점'이라는 연구논문을 발표하는 등 수사 과정에서의 영상 녹화물 활용에 대해 수사 및 연구 성과를 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금융조세조사2부로 옮기면서 전공을 100% 살리게 됐다. 금융조세조사 1 · 2 · 3부는 물론 서울중앙지검을 통틀어 회계사 자격은 그가 유일하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에 대해 "검찰의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윤갑근 차장검사는 "충분히 고민해 만들어 낸 작품"이라며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박 검사는 주변에서 "경제기사만 보고도 관련된 사안에서 범죄 혐의거리를 집어낸다"고 할 정도로 평가받는다. 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까지 동원된 '키코(KIKO)' 사건 수사도 맡았다. 다음달께 키코 사건 수사결과가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검찰은 박 검사와 같은 '금융 · 증권통'을 대거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석환 금융조세조사1부장은 "금감원 조사 등을 거쳐 검찰에 넘어오면 사건이 첫 발생 후 길면 1년씩 지나 있는 경우도 있다"며 "검찰이 앞서 나가며 수사할 분야"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검찰은 전방위로 검사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 2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9년간 근무한 홍승현 검사(35기)를 공정거래 전담으로,약사 · 한약사 자격이 있는 허수진 검사(34기)를 의약 전담,지식재산권 관련 사범 163명을 찾아낸 정지은 검사(34기)를 이 분야 전담으로 각각 발령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