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가닥…김해공항 확장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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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관계자 "밀양·가덕도 모두 경제성 떨어져"
입지평가위, 결과 발표 31일로 하루 늦출 수도
정부가 지역 간 첨예한 마찰을 빚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사업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쪽으로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27일 "국토해양부의 입지평가위원회가 이번 주 평가 결과 발표에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밝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도 "구체적인 결과를 통보받지는 않았으나 대체로 그런(경제성이 떨어진다는)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성이 낮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것 아니냐"며 "다만 정치적으로 어떻게 결단을 내리느냐가 변수"라고 강조했다. 입지평가위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린다면 결국 두 후보지 모두 부적합한 것인 만큼 동남권 신공항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수순에 들어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동남권 신공항 등 국책 사업과 관련,"정치 논리는 배제하고 경제 논리로 따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토부가 동남권 신공항 평가 기준에서 경제성 비중을 전체의 40%로 가장 높게 둔 것과 연결시켜 백지화 또는 재검토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정두언 최고위원 등도 잇달아 신공항 재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특히 정부는 2009년 12월 '동남권 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 연구' 보고서에서 밀양과 가덕도 모두 경제성이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무산되면 정부는 기존의 김해공항을 확장, 영남권의 공항 이용 수요를 충족하는 대안 쪽으로 선회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 가능성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할 확률이 높다.
입지평가위는 당초 30일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구체적인 평가 작업이 늦어지면서 결과 발표가 31일로 하루 정도 늦춰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남권 신공항은 2006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 기업인들의 건의를 받고 검토를 지시하면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2007년 8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한 이후 가덕도를 내세우는 부산과 밀양을 미는 대구 · 경북,울산 간 뜨거운 유치전이 벌어졌다. 정치권이 싸움에 가세하면서 심각한 지역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9년 상반기로 예정됐던 결과 발표는 계속 미뤄졌고 논란은 증폭됐다. 백지화 쪽으로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은 배경이다.
특히 어느 한 지역을 선택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탈락한 지역에서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그렇게 되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와대는 이처럼 동남권 신공항 방안이 첨예한 지역갈등 양상으로 비화된 데 대해 국토부의 홍보 및 여론 관리가 미흡했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