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한화L&C, 건축자재 넘어 車부품ㆍ소재로…첨단 글로벌기업 변신

새 '먹을거리' 찾았다
車 내장재ㆍ태양광 소재까지 그룹차원서 성장동력 발굴, 신수종 분야 체질개선 가속

2015년 매출 3조원으로
올 소재부문 비중 60% 목표, 영업이익률도 5년내 10%로

한화L&C는 오는 5월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인 벨라루스에서 우주 · 항공용 소재 개발에 사용하는 시험 설비를 들여올 예정이다. 벨라루스는 과거 소비에트연방 시절 우주 · 항공산업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최원석 한화L&C 사업개발실 상무는 "시험 설비를 들여오는 대로 우주 · 항공용 소재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정보기술(IT) · 전자기기용 신소재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광역시에 있는 한화대덕종합연구소 부설 대덕테크센터에서는 벌써 1년째 전기자동차 완전 분해 ·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차는 작년 초 노르웨이에서 들여왔다. 이곳에서 전기차를 분해하는 것은 '(전기차의) 모든 부품 · 소재를 철 대신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방법을 연구해보라'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한화L&C는 여기서 얻은 연구 결과를 자동차 부품 · 소재 개발에 응용할 계획이다. PVC창호 바닥재 등 건축자재를 만들던 한화L&C가 빠르게 체질을 바꾸고 있다. 40년 넘게 주축으로 삼아온 건축자재 대신 자동차 · 전자 소재 분야를 주력 사업화하는 변신을 시도하는 중이다. '체질 개선'은 올해 가시화할 전망이다. 한화L&C의 전체 매출에서 소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60%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건축자재 부문을 넘어선다.

◆'캐시카우' 확 바꾼다

한화L&C는 1965년 설립된 PVC 제조업체 한국화성공업을 모태로 출발했다. 1999년 한화케미칼(옛 한화석유화학)에서 떨어져 나왔다. 작년 매출 1조3487억원에 영업이익 429억원으로 한화그룹 제조 계열사 가운데 한화케미칼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창업 후 줄곧 한화L&C의 주력 사업은 PVC 바닥재와 창호,인조대리석 등 건축자재였다. 2009년까지도 건축자재 매출 비중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2008년 이후 건설경기가 계속 악화하면서 건축자재 분야 수익성도 낮아졌다. 김창범 한화L&C 대표는 이를 "너무 오랫동안 한 가지 사업에만 집중하다 보니 군살이 낀 것"이라고 표현했다.

수익성 악화는 회사 경영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2007년 1조153억원,2008년 1조2603억원,2009년 1조2658억원에 이어 작년 1조3487억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007년 451억원에서 2008년 446억원으로 줄었으며 2009년 601억원으로 소폭 개선됐다가 작년에 429억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지난 4년간 영업이익률은 3~4%로,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회사 치고는 형편없었다. 한화L&C가 자동차 부품 · 소재와 전자소재,태양광 소재 사업을 강화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부터 그룹 차원에서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하고 있는데 앞으로 자동차 · 전자용 원료,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케미칼과 함께 한화L&C가 신수종 분야 발굴에 앞장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소재 기업으로 변신한화L&C가 '새 먹을거리'로 꼽는 1순위는 자동차 부품 · 소재다. 이 분야는 1993년 자동차용 내장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게 한화L&C의 판단이다. 대표적인 게 섬유강화 복합소재 GMT다. 자동차 범퍼,언더커버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작년 세계 시장 점유율만 73%로 올해는 점유율을 81%로 끌어올리고 2015년까지 90% 이상으로 높인다는 게 한화L&C의 목표다.

초경량 고강도 복합소재인 LWRT,자동차 충격 흡수에 쓰이는 부품인 EPP도 올해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소재들이다. 한화L&C는 이 가운데 LWRT를 미국 버지니아주 생산공장에 이어 올해부터 국내(충북 부강공장)에서 만들어 아시아 지역 완성차 메이커들에 공급할 계획이다.

정보기술(IT) · 전자 분야도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작년 충북 음성에 'G테크'라는 이름의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2015년까지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할 예정인 이 공장은 태양전지에 쓰이는 EVA시트,터치스크린 핵심 소재인 ITO글라스 등을 양산한다. 김 대표는 "EVA시트와 ITO글라스는 태양광,스마트폰용 소재들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라며 "2015년까지 ITO글라스는 1억셀,EVA시트는 5만t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2015년 세계 시장 점유율을 EVA시트 21%,ITO글라스는 60%로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매출 1조6000억원,2015년 3조원으로

한화L&C의 체질 개선은 올해를 정점으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회사는 연간 매출 가운데 건축자재 비중을 작년 60%에서 올해 40%로 낮추기로 했다. 대신 자동차 부품 · 소재와 전자소재 매출 비중을 60%가량으로 높일 계획이다. 올해 실적 목표치는 매출 1조6000억원,영업이익 1000억원.자동차 · 전자 소재 분야에서만 960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한화L&C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 · 소재는 주요 거래처인 현대 · 기아자동차에 이어 폭스바겐,닛산,GM,포드 등에도 공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 미국 등에서 수입했던 ITO글라스와 EVA시트 등 전자 · 태양광 소재도 우리 제품이 나오면 국내 기업들의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ITO글라스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L&C가 그리는 장기 비전은 뭘까. 김 대표는 "내년에는 소재사업 부문 매출을 65% 이상,2015년에는 75%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5년 내에 글로벌 첨단 소재 기업으로 변신하는 작업을 마무리짓겠다는 얘기다. 그는 "2015년이면 한화L&C는 매출 3조원대,영입이익률 10%를 올리는 기업이 돼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태명/심은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