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3차원 게임기로 스마트폰 잡을까
입력
수정
스마트폰 대중화로 위축된 게임기시장서 부활 노려
美 등서 판매 첫주 200만대 예상
일본 닌텐도의 3차원(3D)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3DS'가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판매에 들어갔다. 지난달 26일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세계 최대 게임기 시장인 미국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게임기 시장이 축소돼 어려움을 겪던 닌텐도가 3차원 게임기로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경 없이 3D 구현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이날 닌텐도 3DS가 특수 안경을 쓰지 않고도 3차원 영상을 즐길 수 있다는 내용과 이 게임기를 사기 위해 가전제품 매장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 등을 일제히 보도했다. 닌텐도는 지난 주말을 전후해 판매를 시작한 북미 유럽 호주 등에서 예약 물량이 이미 120만대를 넘어섰다며 이들 지역에서 판매 첫주에 200만대 이상을 팔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에서는 초기 출하량 40만대가 거의 다 팔린 상태다.
닌텐도 3DS는 화면에 얇은 막 두 장을 올려 놓은 것 같은 효과를 낸 뒤 양쪽 눈으로 각기 다른 이미지를 보게 해 3차원 영상을 만든다. 특수 안경이 필요 없기 때문에 간편하게 3차원 영상을 즐길 수 있고 3차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미국 판매 가격은 250달러(28만원)다. ◆스마트폰과의 경쟁 이겨낼까
닌텐도는 1980년대 8비트 가정용 게임기인 '패미콤',1990년대 16비트 게임기인 '슈퍼패미콤'으로 세계 게임기 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소니 등에 밀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침체기를 겪다 2004년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DS를 출시하며 부활했다. 닌텐도 DS는 작년 말까지 전 세계에서 총 1억4500만대가 팔렸다.
닌텐도는 2006년 '위(Wii)'를 내놓으며 다시 한번 '대박'을 터뜨렸다. 위는 온 몸을 사용해 게임을 즐기는 동작인식 기능을 채택해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닌텐도는 2008년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유망 기업 1위에 올랐다. 승승장구하던 닌텐도를 다시 위기에 빠뜨린 것은 스마트폰이었다. 휴대용 게임기에서 구현할 수 있었던 게임들을 스마트폰에서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게임기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든 것.닌텐도는 2008년 매출 1조8386억엔(25조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이듬해부터 부진의 늪에 빠졌다. 닌텐도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한 496억엔(6700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47% 줄어든 1588억엔(2조1600억원),매출은 32% 줄어든 8080억엔(11조원)에 머물렀다.
닌텐도는 3차원 게임기가 5년 전 출시했던 위처럼 업계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 달간 닌텐도 3DS를 판매한 일본에서는 벌써부터 부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장시간 게임시 두통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체인 AT&T 등이 3차원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식도 닌텐도의 입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