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돈되는 사업은 폴리실리콘·잉곳…LG·한화도 진출 채비

삼성·SK 이어…원료~발전 수직계열화 나서
'업스트림' 제품, 셀·모듈 비해 수익성 높아

"폴리실리콘 사업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

최근 SK케미칼이 폴리실리콘 사업을 접는다는 루머가 퍼졌으나,이 회사 김창근 부회장은 "결론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사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부회장은 "(기존 기술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라 (개발) 과정이 간단하지는 않다"며 "한두 달 안에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태양광 사업 영역을 기존의 발전시스템,전지 · 모듈 등 완제품 중심의 다운스트림에서 폴리실리콘,잉곳 · 웨이퍼 등 기초 원료와 중간 소재 등의 업스트림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가치 사슬에 따른 수직 계열화로 수익성 향상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뜨거워지는 폴리실리콘 시장

태양광 산업의 최상위 단계에 위치,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는 폴리실리콘 분야가 가장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범(汎)현대가인 현대중공업과 KCC가 합작한 KAM이 연 3000t 규모로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올초엔 삼성그룹이 이 분야의 진출을 공식화했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달 15일 미국 MEMC와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고,2013년부터 울산에서 한 해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기로 했다. 삼성에 이어 LG,SK,한화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LG화학은 다음달 열릴 1분기 기업설명회에서 폴리실리콘 진출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무 LG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폴리실리콘 사업은 화학 CEO가 결정할 일"이라며 김반석 부회장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SK케미칼은 2009년 5월 대만 SREC와 폴리실리콘 기술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지난해 말부터 파일럿 플랜트를 짓고 본격적인 진출 여부를 타진 중이다. 이 기술은 미국의 헴록과 국내의 OCI 등 기존 메이저들이 채택한 지멘스 공법에 비해 제품 가격을 3분의 1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케미칼은 지난달 23일 중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홍기준 사장이 폴리실리콘 사업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뒤 인수 · 합병(M&A) 등을 통한 진출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잉곳 · 웨이퍼는 이미 증설 경쟁

폴리실리콘을 원료로 제조하는 태양광용 잉곳 · 웨이퍼 분야에선 이미 증설이 잇따르고 있다. SKC솔믹스는 지난 1월 연 60㎿ 규모의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상업가동을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 규모를 10월까지 120㎿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실트론도 경북 구미시와 2015년까지 태양광 분야에 4000억원을 투자키로 협약을 맺은 데 이어 연 50㎿인 생산 규모를 다음달 150㎿까지 확대키로 했다. 반도체용 잉곳과 웨이퍼 전문 기업으로 고효율 시장에서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범삼성 계열인 한솔테크닉스도 지난해 12월 사업목적에 태양광 사업을 넣은 데 이어 올 3분기까지 연 100㎿ 규모의 태양광용 잉곳 ·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한솔테크닉스는 삼성전자의 주요 BLU(백라이트유닛) 공급 업체로 태양전지 분야에서도 납품이 확정적이다. ◆수직계열화 수요 커

대기업들이 태양광 사업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수직계열화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기존의 셀 · 모듈 시장이 낮은 진입장벽 탓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업체들에 비해 수익성이 3분의 1 수준을 밑도는 데 반해 잉곳 · 웨이퍼와 폴리실리콘은 아직 높은 수익성을 나타내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 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과 달리 폴리실리콘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도 기업들의 투자확대를 이끌고 있다.

LG실트론 관계자는 "태양광이 앞으로 반도체만큼 큰 시장이 될 것이라는 것엔 이견이 없다"며 "군소업체들이 난립하던 시기를 지나 시장이 차츰 안정 단계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참여를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