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軍ㆍ방산개혁 반드시"…예비역 별들의 반발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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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에 젖은 비효율 체질 "임기 내 근본쇄신" 다시 강조
軍-업체 비리 3년간 350억…'방산 개혁' 국방력과 직결 인식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보름 정도 지난 2008년 3월12일.경기 용인의 3군사령부 참모식당에 모인 '별'들은 호된 '얼차려'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국방부 업무 보고 도중 "체질을 끊임없이 바꾸라"는 등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3년 넘게 군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 결과가 지난 7일 나온 합동성 강화와 상부 지휘구조 개편을 주요 내용으로 한 '국방개혁 307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예비역 장성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임기 내에 국방 및 방산 시스템 개혁을 꼭 이뤄내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고 한 참모는 전했다.
◆군 불신 왜?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군에 대한 깊은 불신을 나타냈다.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 회의 등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동일한 시스템과 누적된 관습으로는 새로운 변화와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 방산 비리와 관련해 제도적 차원에서 기존 업무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 리베이트만 없애도 무기 도입 비용의 20%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지역발전위 회의에서 "군도 다소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이렇게 군을 불신하는 이유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업을 경영해 본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봤을 때 구조적 허점이 많은데도 군은 수십년 전의 시스템을 유지해 비효율을 초래하고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예비역 장성들은 합참의장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상부 지휘구조 개편은 문민통제 원칙에 어긋난다며 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또 장성 숫자가 줄어드는데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천안함 사태의 문제는 지휘 계통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사람의 문제"라고 말했다. ◆"군 · 업체 간 결탁이 근본 원인"
국방 개혁은 투트랙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나온 군 지휘시스템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과 함께 방산 시스템도 뜯어고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28일 국방개혁에 반대하는 현역에 대해선 옷을 벗기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양건 감사원장은 지난 21일 취임 일성으로 "방위산업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방위산업 비리 전반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방위산업 개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군과 업체 간 결탁이 방산 비리 및 부실의 근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 예는 수두룩하다. 지난 3년간 검찰이 밝혀낸 방산 비리 규모가 350억원에 이른다. 1993년 율곡특감 이후 최대 규모다. 세계 최고 성능이라는 K-11 복합형 소총은 지난해 6월 실전 배치했지만 가장 중요한 사격통제 장치에서 불량이 발생,생산을 중단했다. 수륙양용전차 K-21은 기술 결함으로 수상 훈련 중 침몰했다. K-2 흑표전차는 엔진과 변속기 묶음인 파워팩이 결함을 보였다. 유도탄 잠수함은 고속 주행 시 배가 갈지(之)자로 나가는 불량이 발생했다. K1 전차는 포탄이 포신 안에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신형 전투화도 물이 새는 불량품으로 밝혀져 기관과 업체 간 결탁 의혹을 낳았다.
홍영식/김우섭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