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는 글로벌 예술…세계와 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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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수궁가' 연출한 프라이어벽안(碧眼)의 오페라 연출가에게 한국 전통문화인 판소리는 어떻게 들릴까.
독일 출신의 오페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77 · 사진)는 28일 국립창극단 '창극 수궁가' 제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판소리는 한국에서도 소수의 사람들만 즐기는 장르 문화지만 두려움과 희망,아름다움 등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판소리는 인간의 일상사를 얘기하는 예술입니다. 전 세계 관객들한테도 통할 수 있어요. 한국의 문화가 박물관에만 머무르지 말고 우리 가운데 살아 숨 쉴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창극 '춘향 2010'을 본 뒤 판소리에 매료된 그는 한국인 부인 에스더 리의 권유로 이번 연출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페라 연출가이지만 '창극 수궁가'에서는 판소리 고유의 색채를 최대한 지켜나갈 계획이다. 또 작창을 맡은 명창 안숙선 씨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하기 위해 마이크를 쓰지 않고 인공적인 음향장치도 최소화할 생각이다. 악기 구성도 북과 가야금을 기본으로 20명 미만의 단출한 국악 관현악단으로 편성한다.
"판소리를 극화한 예술 형태를 유럽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변형하고 고유의 색깔은 지키려고 합니다. 베르디 오페라를 바그너 오페라처럼 해석할 수 없듯이 서양 예술과 비슷해지는 것은 원치 않죠."
'창극 수궁가'는 제5회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오는 9월8~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12월22~23일에는 독일 부퍼탈시립극장,내년에는 유럽의 3~4개 대형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임연철 국립극장장은 이날 "전통 예술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해 세계에 알리는 것이 우리 극장의 사명"이라며 "판소리라는 한국의 문화유산이 이번 작업을 계기로 보편적인 세계의 예술로 승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라이어는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수제자로 50여년간 150여편의 오페라를 연출했다. 그가 연출한 베를린 국립국장의 '세비야의 이발사',슈투트가르트오페라하우스의 '마탄의 사수' 등은 30~40년간 장기공연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LA오페라극장에서 지난해 막을 올린 플라시도 도밍고의 바그너 4부작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도 연출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