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할 수 있다' 정신 미국서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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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희 美어바인 시장, 고려대 강연"자신의 한계를 미리 결론짓지 마십시오.꿈과 비전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습니다. 세계 최빈국에서 13번째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인의 '할 수 있다'는 정신 덕분입니다. "
강석희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시장(58 · 사진)은 28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서 특별강연을 갖고 "소수민족으로서 언어의 장벽을 뚫고 미국에서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이상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지속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모교인 고려대 초청으로 방한한 강 시장은 작년 11월 인구 21만명의 어바인 시장에 재선했다. 2004년 어바인 시의원으로 정계에 입문, 2008년 백인이 아닌 인종으로는 처음 시장에 올랐다. 강 시장은 "백인 부유층이 많이 사는 어바인에서 시장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키(강 시장의 영문명 Sukhee Kang)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는 평가 덕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의원에 도전할 때 '2만가구 방문' 목표를 세워 실행에 옮겼다.
강 시장은 "캘리포니아의 뙤약볕 아래 집집마다 방문하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지금도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지자 중 한 명인 로라 베이든 씨(콜린 베이든 오클리선글라스 CEO 부인)는 집에서 항암치료를 받던 중 그의 방문을 받고 열성팬으로 바뀌기도 했다.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71학번인 그는 1977년 졸업 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서킷시티에서 15년간 영업맨으로 일했다. 강 시장은 "15년 세일즈 경험은 미국을 밑바닥부터 이해하는 동시에 사람을 대하는 기술을 익히게 해줬다"고 회고했다. 그는 주정부가 교육정책을 전담하는 미국에서 보기 드물게 시에서 교육 예산을 편성 · 집행해 '교육시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주 교통국과 2년간의 협의 끝에 1억2500만달러 규모의 대중교통기금을 마련,'교통시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강 시장은 어바인 시내 1만6500개 기업 및 상공회의소와 손잡고 '스몰비즈니스 활성화' 운동을 벌여 실업률을 7.5%대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평균 실업률은 12.5%,캘리포니아주의 실업률은 9.5% 수준이다.
강 시장은 "이런 성과들 역시 '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며 "대학생들은 'Sky is the limit(한계는 없다)'는 말을 언제나 마음에 품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 뒤엔 학생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유리천장'을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질문에 강 시장은 "인종과 성별,빈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유리천장'도 결국은 내 마음 속에서 한계를 인정하고 마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결국 뚫어낼 수 있다"고 대답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