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방침에 부산·밀양 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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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모두 경제성 떨어진다"…30일 최종 발표정부가 내부적으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산,경남 밀양 등 해당 지역 주민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최종 백지화되면 그동안 사활을 걸고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두 지역의 민심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후유증이 우려된다.
부산시
"결론 내놓고 짜맞추기"…김해공항 이전 독자 추진
밀양 유치 4개 市·道
지역민과 소통 단절 초래…대규모 궐기대회 준비
최근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토해양부 입지평가위원회 평가에서 밀양과 부산 가덕도 모두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백지화로 가닥이 잡혔음을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공항 유치를 추진했던 지역민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고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이런 기류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부산시는 정부가 신공항 백지화나 김해공항 확장 등 어떤 경우의 결과를 내놓더라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강희천 부산시 동북아허브공항유치기획팀장은 "정부 결정에 상관없이 부산시는 김해공항 이전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안으로 나오는 김해공항 확장도 착륙을 남쪽으로만 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고 야간 소음에다 군부대와 같이 사용해야 하는 등 문제가 많다"며 김해공항 확장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산 기업인들도 "한계에 다다른 김해공항을 대체하기 위해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에 나선 것인데 이를 백지화하거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박인호 바른공항건설시민연대 공동회장은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기정사실화 해놓고 평가단을 꾸려 가덕도와 밀양을 둘러보는 것은 지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주 서부산시민협의회 사무처장은 "김해공항을 10년만 쓸 것 같으면 확장안을 이해할 수 있지만 30년 이상의 항공 수요를 내다본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대구 · 울산시와 경남 · 북 지역민들도 백지화 방향에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강주열 영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범시도민결사추진위원회 본부장은 "만약 신공항 백지화가 현실화된다면 정부는 지역민과의 소통을 스스로 단절한 정권이 될 것"이라며 "지역민의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문호 밀양신공항 유치 범시민사회연대 공동의장은 "정부가 무용론 또는 무산 쪽으로 결정하거나 가닥을 잡아선 안 된다"며 "이럴 경우 궐기대회를 여는 등 대응책을 강구하겠으며,15명으로 구성된 공동대표단을 모아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정부가 백지화를 확정할 경우 민간 대책위와 공조하겠다며 반대입장에 가세했다. 임채호 경남 행정부지사는 "정부가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했으니 그 방향으로 매듭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진호 울산시 교통정책과장은 "동남권의 장기 발전을 위해 신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며 접근성이 편리한 밀양 입지가 타당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부산과 대구 및 경남 · 북 등 현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 핵심 관계자들은 "국가의 100년 대계를 바라봐야 할 사업에 대해서는 경제적 잣대와 평가에 따라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신공항 사업의 백지화 방침을 강력 시사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