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이어 시스템반도체…韓·UAE '전략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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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분야 세계2위…메모리반도체와 시너지정부는 하반기 중 아랍에미리트(UAE)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시스템 반도체를 집중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
800조 보유한 아부다비펀드와 해외 공동투자도
UAE는 시스템 반도체 제조(foundry) 분야 세계 2위의 위상과 자본력을 갖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로 설계 능력과 대형 수요처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과 제휴할 경우 상당한 파급력을 낼 수 있다는 게 UAE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미래 성장동력의 돌파구를 만들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와 UAE 아부다비의 '미래전략기구(EAA)'는 최근 공동분석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가 양국 협력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올해 하반기쯤 구체적인 제휴관계를 체결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21일 미래기획위 업무보고 때 시스템 반도체 분야 등을 거론하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하루라도 빨리 범부처적으로 국가 역량을 집중해 육성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스마트폰,디지털TV,게임기 등 새로운 전자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자동차,중공업 등 기계분야가 전자적 제어 기능을 부가하면서 연 6~15%의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9년 세계 시장 규모가 200조원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45조원)의 4배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이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시장 점유율 3%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현재 미국이 설계하고 대만이 제조하는 형국으로 굳어져 가고 있으며, 최근 중국이 강력히 도전하고 있다. 대만이 중국으로의 기술이전을 가시화할 경우 우리 기업은 중국의 하도급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UAE 정부는 미래성장 핵심 산업으로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선정하고 2007년부터 10조원 단위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집중 육성해 큰 성과를 올렸다. 비(非) 대만 계열의 시스템 반도체 업체를 차례로 인수,'글로벌 파운드리스(Global Foundries)'사로 합병해 세계 시장 점유율 20%로 대만에 이어 실질적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만이 주도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과 UAE가 연합해 대응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의 입지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휴를 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또 연내 국민연금,한국투자공사(KIC)와 UAE 아부다비펀드(ADIA) 간 해외 공동투자 등에 관한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아부다비펀드는 현재 600조~800조원의 자금력을 통해 선진국 금융시장에서 최일류 금융회사들과 거래하고 있으며 세계 국부펀드의 중심에 서 있다.
양국의 국부펀드가 제휴할 경우 우리나라는 아부다비펀드가 갖고 있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과 중동 인도 아프리카 지역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고 아부다비펀드는 동아시아 지역의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 국부펀드가 공동투자 때 양국의 금융회사를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중개수수료 등 상당한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된다.
◆ 시스템반도체
전자기기 시스템을 작동하는 데 쓰이는 반도체를 통칭하는 말이다. 정보를 저장하고 읽어내는 메모리반도체와 구별된다는 점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라고도 불린다. 인텔의 중앙연산처리장치(CPU),시스템온칩(SoC) 등이 대표적 시스템반도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