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역서 방사성 물질 검출] 인체에 영향 없다지만…'방사능 무풍지대' 아니다

"태평양으로 흘러간 방사성 물질 내달 상륙" 전망
안전기술원 "日 상황 나빠져도 우리나라 피해 없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방사성 물질이 연달아 국내에서 검출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체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미한 수치라 도처에서 나오는 불확실한 정보 때문에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편서풍대'에 속해 있어 안전하다던 한반도에도 방사성 물질이 나왔다는 점에서 후쿠시마발 방사성 물질의 이동 경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논에 이어 요오드 세슘 검출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9일 12개 지방측정소의 대기부유진 시료에서 극미량의 방사성 요오드(I-131)가 검출됐으며 춘천측정소에서는 극미량의 방사성 세슘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요오드와 세슘은 자연에 존재하는 방사선에는 없는 물질이다.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 수치는 최소 0.049~최대 0.356밀리베크렐(mBq)/㎥다. 이를 피폭 방사선량으로 환산하면 0.00000472~0.0000343밀리시버트(mSv)다. 일반인의 연간 선량 한도 1mSv 의 약 20만분의 1에서 3만분의 1 수준이다.

춘천측정소의 대기부유진에서는 세슘 137과 세슘 134가 각각 0.018mBq/㎥, 0.015mBq/㎥ 검출됐다. 이 둘을 합해 피폭 방사선량으로 환산하면 0.0000121mSv로 일반인 연간 선량한도 1mSv의 약 8만분의 1 수준이다. 일반인 연간 선량한도는 1년 내내 피폭을 당하는 비정상적 상황을 기준으로 환산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검출된 수치는 인체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앞서 검출된 제논도 마찬가지다. 안전기술원은 강원도에 북핵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특수장비에서 최근 방사성 제논이 공기 중 최대 0.878Bq/㎥ 검출됐다고 밝혔다. 방사선량률로 환산하면 시간당 0.0065nSv로 자연 방사선 준위(평균 150nSv/h)의 약 2만3000분의 1 선이다.

◆어떻게 왔나

안전기술원은 방사성 물질의 극히 일부가 일본에서 캄차카반도로 이동한 후 북극지방을 돌아 시베리아를 거쳐 남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철호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후쿠시마를 중심으로 기류를 보면 대부분 태평양 쪽을 향하지만 순간 형성된 강한 저기압 기류를 타고 극히 일부가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편서풍은 기찻길처럼 일정하게 가는 구도가 아니라 뱀이 지나가듯 오르락내리락하는 진로를 밟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이 경로가 설득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4월 초에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태평양쪽으로 흘러간 방사성 물질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올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윤 원장은 "지구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결국 하나로 연결된 상황이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방사성 핵종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아주 국지적이고 제한적인 경로를 통해서도 올 수 있으며 문제는 양"이라고 말했다.

안전기술원은 대기부유진 방사능 감시를 앞으로 매일 실시하고, 동해와 남해안 도서지방의 해수 시료 등을 조속히 확보해 방사능 영향 평가결과를 공개키로 했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이 '최악'의 상황에 빠져도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안전기술원은 최근 시뮬레이션 결과 후쿠시마 1원전의 원자로 노심들이 100% 녹아 격납용기 설계누설률(격납용기가 정상 기능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노심용융시 밖으로 새 나갈 수 있는 방사능 수치)의 30배가 누출되고 우리나라 쪽으로 바람이 불더라도 국민 피폭량은 최대 0.3mSv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0.3mSv는 일반인 연간 피폭한도 1mSv의 30% 선이다.

■ 제논

원소주기율표 상에서 5주기 18족에 속하는 비활성 기체.대기 중의 함유량이 극히 적어 희귀 가스로 불리며 라돈(Rn)을 제외한 비활성 기체 중 양이 가장 적다. 기원은 크게 세 가지로 △지하나 대기권에서 시행하는 핵실험 △원자력발전소 사고시 대기 중 노출 △방사성 동위원소 취급과정에서 특별한 경우 등에 나온다.


■ 세슘

우라늄의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체내에 유입되면 근육에 60%가량 침착되고 나머지는 전신에 분포된다. 소화기관에도 영향을 미쳐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슘은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 당시에도 검출됐다. 자연 반감기가 30년으로, 과거 핵실험의 원인으로도 검출이 될 수 있다.

■ 시버트(SV)사람 몸에 피폭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방사선 측정단위.과거에는 큐리(Ci) · 렘(rem) 등을 사용했지만 지금은 베크렐(Bq) · 시버트(Sv)로 통일됐다. 베크렐은 물체가 내는 방사능의 양을 말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