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벨로스터 '포지셔닝 딜레마'

현대차 홈페이지, 벨로스터 상품소개 '럭셔리-승용' 부문 수정
프리미엄 모델에서 일반 승용차로 '지위 하락'

현대자동차가 지난 10일 신개념 'PUV(프리미엄 유틸리티 차)'로 야심차게 출시한 벨로스터를 놓고 마케팅 딜레마에 빠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출시 초기 현대차 홈페이지 자동차 카테고리의 럭셔리 군(群)에 포함됐던 벨로스터가 최근 일반 승용 부문으로 포지션이 내려와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 홈페이지를 보면 승용차의 경우 에쿠스, 제네시스, 제네시스 쿠페 등이 포진한 럭셔리 부문과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이 포함된 승용 부문으로 구분돼 있다. 이 가운데 벨로스터는 신차 발표 당시만 해도 제네시스 쿠페에 이어 네 번째 차종으로 럭셔리 부문에 포함됐으나 최근 승용 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벨로스터의 마케팅 전략이 실패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회사 측은 벨로스터의 홈페이지 구성과 관련해 일제 언급을 꺼리고 있다.

현대차는 벨로스터 출시 초기부터 2535세대(25세~35세)를 겨냥한 커뮤니케이션 브랜드인 '프리미엄 유스 랩(Primium Youth Lap)'을 만들어 젊은 세대의 프리미엄 가치를 높인다는 마케팅 포인트를 강조했다.

또 소수의 프리미엄 희소성을 부여한다는 차원에서 벨로스터 구매자에게 고유번호가 새겨진 멤버십 카드를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이는 소수 구매자를 위한 일종의 '프리미엄 마케팅'이다.
특히 현대차는 '서두르지 않으면 갖지 못한다?'라는 홍보 문구로 벨로스터가 한정판으로 판매되는 모델임을 강조하는 등 애초 소수 프리미엄 고객을 타깃으로 진행해 왔다.

이를 위해 올 연말까지 1만8000대 한정·판매 마케팅을 내놓았다. "빨리 구매하지 않으면 당신은 1만8000명의 벨로스터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자극적인 마케팅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최근 벨로스터를 생산하는 울산공장 내 노조 태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현재까지 1000명 이상의 고객이 벨로스터를 계약했으나 이들 가운데 단 한 명도 차를 받지 못한 상황에 처했다. 이 때문에 회사 측은 벨로스터가 초기 품질에 비상이 걸린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상품 전략을 새롭게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벨로스터는 국산차 최초로 3도어 비대칭 디자인을 앞세웠고, 애초 일반 승용차보다 판매량이 적은 특이한 시장을 공략한 차"라며 "소수 구매자를 타깃으로 특화시키기 위한 '리치 프리미엄' 전략을 끌어온 건 사실이지만 결국엔 아반떼와 큰 차이가 없다는 여론을 일부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