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건설 사태로 WM사업 직격탄 맞나

CP 손실로 신뢰도 손상
거액자산가 이탈 우려
"LIG건설이 부도 낼 위험성은 증권사가 전혀 고지하지 않았습니다. 증권사 자산관리(WM)를 어떻게 믿겠어요. "

3개월짜리 LIG건설 기업어음(CP)에 3억원을 투자했다가 LIG건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피해를 보게 된 A씨는 30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분통을 터뜨렸다.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인 그는 이번 건을 계기로 주가연계증권(ELS)과 주식형펀드에 넣어뒀던 투자금도 모두 찾아 저축은행 예금으로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뢰 잃은 자산관리 시장

3개월,혹은 6개월 만기로 자금을 비교적 짧게 굴릴 수 있는 CP는 증권사들이 금융자산 1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HNW) 고객에게 전체 포트폴리오의 10% 안팎 범위에서 투자할 것을 권하는 대표적 상품이다. LIG건설의 만기 3개월짜리 CP의 경우 금리가 연 8.6%로,같은 만기의 예금금리(연 3.8%수준)보다 2배 이상 높아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LIG건설 CP를 가장 많이 판매한 우리투자증권이 개인을 대상으로 판매한 금액은 960억원이다.

문제는 사태 발생 이후에도 일부 증권사들이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 PB센터장은 "이번 사태로 1억원을 물린 한 고객이 '증권사에서 원금은 건질 수 있다고 한다'며 안심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LIG건설 CP는 무담보 채권으로 변제 순위에서 담보채권보다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자금 회수 기간이 수년은 걸리기 때문에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 이탈 빨라지나

증권업계는 증시가 게걸음을 시작한 지난 2월 중순 이후 거액 자산가 고객의 이탈 분위기가 감지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터져 더욱 걱정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는 지난 1월 5만8700여명이었던 HNW 고객이 2월에는 5만6600여명으로 줄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 우리투자 대우 미래에셋증권 등 자산관리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 4개 증권사의 2010회계연도 WM 부문 수익비중 평균치는 전체 수익의 20% 수준"이라며 "이 비중이 다음 회계연도엔 2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사태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과평가 시스템이 문제전문가들은 고객 자산의 수익성은 물론 안정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일선 PB팀장들에게 실적경쟁을 강요하는 증권사들의 성과평가 시스템이 이번 사태를 일으킨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금융상품 △보험 등 각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렸느냐와 △고객 수 △주식 및 금융자산 △펀드 판매금액 등이 전년 말에 비해 얼마나 증가했느냐를 직원 평가의 주요 지표로 삼는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은 "증권사 PB팀장들이 판매실적에 의해 인사평가를 받다 보니 리스크 관리에 신경쓰기보다 본인들의 판매실적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고객을 우선시한 자산관리가 가능하도록 성과평가 시스템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