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잇단 공약 파기…리더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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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 조만간 '유감' 표명 검토이명박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평가 결과가 발표된 30일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그만큼 고심이 깊다는 얘기다. 이날 오후 김황식 총리로부터 비공개로 평가 결과를 보고받고 "마음이 몹시 무겁다. 그러나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국민들에게 잘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홍상표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은 한참 동안 골똘하게 생각했으며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국익 차원에서 어려운 결정을 하면서 고뇌가 매우 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통령의 고민은 현 정부 들어 굵직한 국책 사업들이 잇달아 좌초되면서 임기 말 국정 운영의 힘을 잃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한반도대운하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세종시 수정안도 좌절됐다.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 유치 재검토에 이어 동남권 신공항 등 잇따른 공약 파기는 신뢰와 리더십의 위기를 불러오고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다. 더욱이 정권 초반 이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발언을 한 게 지금 와선 발목을 잡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니냐"고 했다. 이어 "신공항은 고사 위기에 처한 영남권 공항의 기능들을 한데 모은다는 의미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반드시 밀양이나 가덕도에 새로 건설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도 신공항 개념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신공항 문제가 경제적 논리를 떠나 정치 이슈로 증폭되면서 그 어떤 설명과 설득도 해당 지역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구조가 됐다. 여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됐다. 이번에도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이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렇지만 세종시 수정안 추진 등 주요 이슈가 좌절될 때마다 국민 앞에 선 적이 있어 '약발'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