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포럼] "IB육성 화끈하게 밀어주겠다"…금융권 초대형M&A 예고
입력
수정
●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듣는다…투자은행 육성 시나리오
우리투자-대우證 M&A '1순위'…産銀 IB부문 포함 3자 합병說도
"IB중심 지주사 고집 안 해"…우리투자證 분리매각 안될 땐 산은지주·우리금융 합칠 수도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30일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화끈한 투자은행(IB)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함에 따라 어떤 과정을 통해 IB가 탄생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IB 육성을 위해 정부가 물꼬를 틀 것"이라며 "조금만 시간을 주면 직접 보게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금융회사 간 인수 · 합병(M&A)을 통한 대형 IB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주체는 정부가 주인인 우리금융지주와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산은금융지주와 계열사인 대우증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에서는 산업은행 IB부문과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을 모두 묶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형 IB 탄생 초읽기
김 위원장은 "IB를 육성하려고 해도 제대로 안 되더라"며 "소프트웨어가 안 되면 남는 건 무엇인가"라며 정부가 발벗고 나설 의지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시장이 원하는 방향(bottom up 방식)으로 확실한 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 IB의 위상에 대해 "국내 1위는 말할 것도 없으며 아마 화끈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난달 자본시장법 시행 2주년을 맞는 시점에 "우리투자증권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데 이어 대형 IB의 모습을 추가로 언급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당초 산은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대우증권과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얘기했다. 이들 회사를 합병하면 자기자본만 5조원이 넘는 대형 IB가 탄생한다. 이 정도면 일본 노무라증권의 5분의 1(자기자본 기준)까지 따라잡게 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말한 규모를 감안하면 여기에 산업은행 IB부문까지 합치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대형 IB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반드시 IB 중심의 지주회사를 고집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의 분리 매각이 힘들 경우 정부가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을 묶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두 지주사가 합치면 총 자산이 500조원에 달하게 된다.
◆"IB문화가 지배하는 지주사 바람직"
전문가들은 대형 IB 육성의 중심은 IB가 주축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은행 중심의 지주회사에서 계열 증권사들은 기를 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정부가 대형 IB 육성의 이유로 거론하는 신성장 동력이나 원자력발전소 수주,자원 개발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지원은 투자은행 업무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사장은 "지주회사에서 IB가 좀 더 중추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IB문화가 지배하는 지주사 형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 중 하나인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만 합쳐질 경우 IB업무 역량은 확대되겠지만 회사 전체적인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B는 투자은행업뿐 아니라 주식 중개(브로커리지) 자산 관리(WM)도 중요한 사업부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증권업계 합병 사례를 보면 1+1이 2가 아니라 1.5나 1이 될 수 있다"며 "100여개 지점이 겹쳐 통 · 폐합 과정에서 슬림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산은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대주주인 만큼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대형 IB 탄생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은 "시중은행이 4대 지주사를 중심으로 재편된 것처럼 증권업계도 짝짓기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