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현장속으로] 주민반발ㆍ환경규제…경인주물공단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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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지구선 민원 쏟아지고이전 옮겨갈 충남 예산서도 반대인천 경서동 경인주물공단 내 광희(대표 조영삼).용해로에서 녹은 쇳물이 콸콸 흘러내린다. 이를 모래틀에 부어 선박용 실린더라이너를 만든다. 컨테이너선 등 대형 선박 엔진의 핵심 부품이다. 이 회사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35%,세계시장 점유율은 17%에 달한다. 연간 수출액(로컬수출 포함)은 1000만달러가 넘는다.
내년 대기환경보전법 강화…설비투자 최대 10억 부담
요즘 조영삼 대표(61)는 걱정이 많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대기업을 거쳐 10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그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첫째,회사 인근에 청라지구가 조성되면서 입주자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아 이전을 추진 중이지만 여의치 않은 것이다. 인근 입주자들은 주변환경이 나빠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민원을 인천시에 제기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인천시는 주물업체 등을 대상으로 환경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조 대표는 "냄새 발생이 미미한데도 인천시에서는 공장을 밀폐해 먼지나 연기 냄새 등이 일절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라고 요구한다"며 "입주업체들과 공동으로 충남 예산에 단지마련 작업을 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어려움은 공단 입주업체들이 똑같이 겪고 있다. 경인주물공단은 원효로 뚝섬 등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지에 산재해 있던 주물업체들을 위한 단지로 1986년 완공됐다. 입주업체는 모두 30여개로 이 중 예산으로 가려는 업체는 14개 업체(자재업체 포함 시 24개)다. 이들의 총매출은 연간 약 3000억원,연간 수출액은 약 1억달러에 이른다. 예산의 부지는 48만㎡에 달해 이곳에 입주할 경우 업체당 공장 면적은 경인주물공단에 있을 때보다 2~3배 정도 커지며 첨단시설을 갖추게 된다.
둘째,대기환경 보전 투자에 따른 부담이다. 공장 이전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대기환경보전법이 강화돼 이들 업체는 이전을 앞두고 추가로 환경 설비투자를 해야 할 판이다. 류옥섭 경인주물공단조합 이사장(대광주공 대표 · 66)은 "업체당 4억~10억원 정도의 환경설비 투자가 필요한데 공장 이전시 기존 환경설비는 고철덩어리로 변해 중복 투자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 업체는 "내년부터 강화되는 대기환경보전법 적용을 경인주물공단의 경우 예산 이전시까지 유예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단지 이전과 관련,충남도 관계자는 "지난 3월 중순 산업단지 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대기오염 저감 방안에 대한 정량적인 수치 제시가 부족해 몇 가지 사항을 보완한 뒤 심의위를 다시 열기로 했다"며 "그 결과에 따라 단지 지정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주물등 뿌리기업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김재경 의원(한나라당)은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 지원법'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제정키로 하고 최근 국회에서 공청회를 가졌다.
인천=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