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속도로 같은 삶, 행복은 국도에도 있다

심야 치유 식당 /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308쪽 / 1만3000원
십대 때 음악계를 뒤흔든 신동 우진이 평범한 직장인이 됐다. 당시 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서 음악을 떠나 영업사원이 된 것이다. 주치의 철주는 이렇게 변한 우진을 보면서 '정상'이란 범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직장인으로 사는 게 보잘것없고 가치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로 적어도 한 번은 선택하도록 기회를 줬어야 했다는 일말의 후회를 피할 수 없다. 예전에는 개인의 스타일과 선택으로 인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을 무조건 비정상으로 분류하고 치료했다. 그런데 의사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 본인의 의지로 선택한 결과가 인생을 무너뜨릴 정도로 큰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트랙을 벗어난 곳에 또 다른 행복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어서다. 인생이란 고속도로만 달리는 게 아니라 국도와 오솔길을 달리는 날도 많다.

정신과 전문의가 쓴 심리에세이 《심야 치유 식당》은 수많은 임상 경험을 토대로 각종 심리질환과 삶의 궁극적 행복에 관해 기존 심리서와 다른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다. 한마디로 현대인의 불행은 아무 것도 안 해서가 아니라 너무 열심히 사는 데서 비롯했다는 진단이다. 때문에 삶을 꽉 채우지 말고 70%만 담고 빈 공간을 둘 것을 권유한다. 삶의 주도권을 갖는 것만큼 스트레스를 경영하는 데 중요한 것은 없다.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데 적절한 방법들을 곁들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