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간미가 담긴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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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와 인근 주라지역에는 쇼파드,파텍필립,피아제,롤렉스,오메가 등 최고급 시계 브랜드 회사가 즐비하다. 16세기 후반 세공기술을 가진 프랑스의 위그노 신교도들이 종교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모여들었는데,이곳을 통치했던 종교개혁가 칼뱅은 신도들의 보석 착용과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세공기술을 시계 제작으로 연결했다는 역사가 있다.
스위스는 시계산업 최강국이다. 지난해 시계 수출 규모만 155억달러이다. 500년 이상의 역사에다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스위스 시계는 세계 방방곡곡에서 최고가로 판매된다. 그래서 1955년 조성된 제네바 꽃시계는 그 자체는 대단한 것이 아니지만,그 상징성 때문에 관람객들이 사진에 담는 필수코스가 됐다. 스위스 시계는 명품으로 통한다. 기능적으로 시,분,초와 같은 시간단위뿐 아니라 기압계,나침반,별자리 등 시공을 관찰하고 측정하는 장치까지 갖추고 있다. 첨단 핵심부품인 무브먼트와 투르비옹(중력으로 인한 초단위 오차를 줄여주는 장치)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데 3~5년 걸리고 충격,방수,온도변화 등에 잘 견디도록 1000시간 이상 테스트하는 엄격한 품질관리를 한다고 한다.
스위스 시계는 예술작품이다. 스위스 시계는 대부분 수작업 공정을 통해 완성된다. 카비노티에르 등으로 불리는 장인들에 의해 1200~1500개의 단위 작업을 거쳐야 한다. 디자인과 보석소재가 뛰어난 것은 물론이다. 최고 기술과 디자인,보석과 인간 터치가 완벽한 결합을 이뤄 만들어 내는 스위스 시계는 그래서 예술적 창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스위스 시계는 비싸다. 작년 시계의 개당 평균수출 단가를 보면 중국은 2달러,홍콩은 12달러인 데 비해 스위스는 558달러였다. 최신 브랜드는 150만달러를 호가하는 것도 많다. 지난해 5월 파텍필립 시계는 550만달러에 경매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 세계 부자들이 아낌없이 명품시계를 찾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위엄과 존재감을 제공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월 열린 오스카상 시상식에서도 세계 최고 배우들은 피아제 시계와 보석품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조그만 산악국가 스위스가 어떻게 최고 수준의 부자국가가 됐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 스위스 시계와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창조적 명품,인간미가 담긴 최고의 기술제품이 탄생할 수 있을까. 기술과 예술을 결합할 수 있는 문화와 연구 · 개발(R&D) 시스템이 아쉽다. 지금과 같이 급조된 기술개발 과제에 단기간 성과를 요구하고,개별 실험실에는 인간미 없이 기능적 실험만 되풀이하면 짝퉁 수준을 벗어날지 모르지만 창조적 명품과는 거리가 한참 멀 수밖에 없다.
김용근 <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yonggeun21c@kiat.or.kr >
스위스는 시계산업 최강국이다. 지난해 시계 수출 규모만 155억달러이다. 500년 이상의 역사에다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스위스 시계는 세계 방방곡곡에서 최고가로 판매된다. 그래서 1955년 조성된 제네바 꽃시계는 그 자체는 대단한 것이 아니지만,그 상징성 때문에 관람객들이 사진에 담는 필수코스가 됐다. 스위스 시계는 명품으로 통한다. 기능적으로 시,분,초와 같은 시간단위뿐 아니라 기압계,나침반,별자리 등 시공을 관찰하고 측정하는 장치까지 갖추고 있다. 첨단 핵심부품인 무브먼트와 투르비옹(중력으로 인한 초단위 오차를 줄여주는 장치)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데 3~5년 걸리고 충격,방수,온도변화 등에 잘 견디도록 1000시간 이상 테스트하는 엄격한 품질관리를 한다고 한다.
스위스 시계는 예술작품이다. 스위스 시계는 대부분 수작업 공정을 통해 완성된다. 카비노티에르 등으로 불리는 장인들에 의해 1200~1500개의 단위 작업을 거쳐야 한다. 디자인과 보석소재가 뛰어난 것은 물론이다. 최고 기술과 디자인,보석과 인간 터치가 완벽한 결합을 이뤄 만들어 내는 스위스 시계는 그래서 예술적 창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스위스 시계는 비싸다. 작년 시계의 개당 평균수출 단가를 보면 중국은 2달러,홍콩은 12달러인 데 비해 스위스는 558달러였다. 최신 브랜드는 150만달러를 호가하는 것도 많다. 지난해 5월 파텍필립 시계는 550만달러에 경매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 세계 부자들이 아낌없이 명품시계를 찾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위엄과 존재감을 제공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월 열린 오스카상 시상식에서도 세계 최고 배우들은 피아제 시계와 보석품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조그만 산악국가 스위스가 어떻게 최고 수준의 부자국가가 됐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 스위스 시계와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창조적 명품,인간미가 담긴 최고의 기술제품이 탄생할 수 있을까. 기술과 예술을 결합할 수 있는 문화와 연구 · 개발(R&D) 시스템이 아쉽다. 지금과 같이 급조된 기술개발 과제에 단기간 성과를 요구하고,개별 실험실에는 인간미 없이 기능적 실험만 되풀이하면 짝퉁 수준을 벗어날지 모르지만 창조적 명품과는 거리가 한참 멀 수밖에 없다.
김용근 <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yonggeun21c@kia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