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후폭풍] 예상밖 발언에 당황한 靑…대응 피한 채 수습책 고심

과학벨트 핵심사업
영남 보내는 案 거론

"일일이 '코멘트'를 해야 하나. 무반응도 반응이다. "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1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전 대표대로 입장이 있는 것이고,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입장이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맞서는 모양새를 보여 논란이 더 커지면 득이 될 게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확전은 자제하겠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정무 라인에선 전날 밤까지만 해도 박 전 대표가 대구에 내려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직접적으로 반대의 뜻을 나타내지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이런 내용의 보고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특히 1일 대통령 기자회견을 앞두고 박 전 대표가 이렇게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불쾌한 반응도 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백지화에 대한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수하며 정면 돌파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국익 차원에서 이해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철저한 경제논리에 바탕을 둔 보완책을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힐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뿐만 아니라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등 다른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민심 수습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방문하는 계획을 짜고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의 핵심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원 중 어느 하나를 떼서 대구 · 경북 지역에 분산 유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집권 4년차 "레임덕은 없다"고 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전세난과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최근 청와대 고위 참모가 T-50 고등훈련기의 인도네시아 수출이 가시화된다는 발언을 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여당선 대통령 탈당 얘기까지 나온다. 때문에 4 · 27 선거 후 대폭적인 당 · 정 · 청 인적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