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제 발등 찍는 현대차 노조

"고유가로 소형차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현대자동차는 소형 차종 생산에 두 손 놓고 있으니 말이 됩니까. "

현대차 울산공장의 한 관리자는 "노조 대의원들이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노동집단이라고 하지만,신차종 생산까지 가로막는 것은 회사를 망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울산1공장 노조 대의원들이 두 달 이상 신개념 소형 차종인 벨로스터와 엑센트 생산을 막아 주문이 13만여대나 밀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울산1공장 여유 인력의 다른 공장 전환배치를 놓고 노사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노조는 "신차 투입으로 노동강도가 한층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현행 인력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회사는 "모듈화 자동화 등으로 자연 발생하게 될 잉여인력을 일손이 부족한 다른 공장으로 전환배치하려는 것일 뿐 고용에는 변화가 없다"고 반박했다.

노사간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시장에서 소형차 선점 기회를 놓쳐 회사 경영 악화는 물론 일반 조합원들을 고용위기로까지 내몰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받아둔 주문의 90% 이상이 수출물량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3200여명에 달하는 1공장 조합원들의 일할 권리를 35명의 노조 대의원들이 좌지우지하는 것부터가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차종 양산,부분 모델 변경 등 회사의 현안마다 생산에 필요한 적정 인원 수를 노조 동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한 단체협약 조항이 이들에게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게 하는 보증서가 된 셈이다.

2004년 투싼,2006년 아반떼 HD, 제네시스 등이 최소 1개월에서 많게는 6개월 이상 양산이 지연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조합원이 4만5000여명인 현대차에 노조 대의원은 447명에 이른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노동투입시간(HPV)이 포드 GM 도요타 등 경쟁사들에 비해 평균 6.5~11.9시간 뒤처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1일부터 현대차 노조도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 적용대상에 포함돼 현재의 전임자 232명을 24명으로 줄여야 한다. 울산1공장의 한 근로자는 "'철밥통 노조 활동가'에 대한 구조조정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하인식 울산/지식사회부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