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는 美기업, M&A 식욕이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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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2670억달러로 84% 늘어"월스트리트에 메가딜(초대형 M&A)이 돌아왔다. "(파이낸셜타임스) "'M&A 러시'로 몸집을 키우려는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 인수 가격이 치솟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인수가격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 회복
미국 기업들의 인수 · 합병(M&A) 열기가 되살아나면서 올 1분기 글로벌 M&A 규모(금액 기준)가 5670억달러(622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를 보여왔던 글로벌 M&A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올 들어 미국 대형 기업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1분기 미국 기업의 M&A 규모가 2670억달러(293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84%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엔 전 세계 M&A에서 미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지만 올 1분기엔 절반 수준까지 높아졌다.
3월에만 미국 이동통신업체 AT&T가 독일 T모바일의 미국 자회사를 390억달러에 인수키로 했고, 미국 전력업체 듀크에너지도 260억달러를 투자해 프로그레스에너지와 합병키로 하는 등 미국 시장에서 대형 M&A가 이어지고 있다. 2월엔 도이체뵈르제와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몸을 합치기로 했고,곡물기업 카길은 알짜 자회사 모자이크를 148억달러에 매물로 내놨다. FT는 "올해 10대 M&A 거래 중 9건에 미국 기업이 관여됐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 기업들이 M&A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전문가들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짐 울러리 JP모건 북미M&A부문 대표는 "최소 지난해보단 훨씬 많은 M&A가 성사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며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반 세이덴버그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는 "주요 미국 기업들이 몸집을 키우려는 강력한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화학업체 루브리졸을 9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기존 보유 기업들의 성장세 유지에 양분이 될 더 큰 사냥감을 노리고 있다. 기업 인수 가격도 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평균 기업 인수 가격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며 "M&A 거래 평균 기업가치가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EBITDA의 9.2배로 2008년 2분기(11.4배)에는 못 미치지만 매우 높은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헨리크 아슬락센 도이체방크 글로벌M&A 담당은 "M&A 시장이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M&A는 특정 부문에 집중되기보다는 산업 전반에 걸쳐 골고루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인 반면 신흥국과 유럽에서 M&A는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기업이 참여한 M&A가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유럽도 변방국 재정위기 여파로 올 1분기에 M&A가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나는 데 그쳐 미국과 차이를 보였다.
한편 전문가들은 리비아 사태 등 중동 · 북아프리카 지역 정정 불안과 일본 대지진 여파가 올해 M&A 시장 회복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지적했다. 필립 노블레 뱅크오브아메리카 유럽 M&A 담당은 "일본 지진이 M&A 시장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일본과 유럽 각국에 추가로 국가신용등급 하락 사태가 생긴다면 M&A 활성화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BITA
earnings before interest,taxes,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이자와 법인세,감가상각비를 지급하기 전 이익을 뜻한다.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한 개념이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