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2년6개월 만에 1100원대 '붕괴'


환율이 2년 6개월 만에 1100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5원 하락한 1096.7원에 장을 마감했다. 환율이 1090원대에서 장을 마친 것은 금융위기 전인 2008년 9월 10일(1095.5원)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이날 환율은 국제 금융시장 전반에 퍼진 위험자산 선호심리에 하락 압력을 받았다. 장 내내 역외 중심의 매도세가 활발하며 환율 하락을 이끌었고, 국내 은행들의 롱스탑성(손절매도) 물량이 가세하면서 환율을 1100원대 아래로 떨어트렸다.

전일종가보다 3.2원 내린 1101원에 출발한 환율은 이내 1100원선을 건드렸지만, 며칠동안 쌓였던 하락 부담감에 1102~1103원 부근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환율은 지난 23일 1124.5원으로 오른 뒤 6거래일 동안 20원 이상 하락했다.

장 초반부터 공기업 등 수입업체의 결제수요(달러 매수)가 활발하면서 1100원선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그러나 오후 들어 중공업체 등 수출업체의 네고물량(달러 매도)이 실리고 오전 중 일부 매수세를 보였던 역외가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아래쪽으로 몸을 낮추며 거래를 끝냈다.

장 막판 1094.8원까지 빠르게 떨어졌다가 다시 1098원 수준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시장참가자들은 당국의 매수개입을 추정했다.

변지영 우리선물 외환연구원은 "서울환시도 위험선호 분위기에 영향을 받으며 1100원대를 하향 돌파했다"며 "장중 국내 증시가 오름폭을 키우고,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수와 관련한 환전 수요도 나오면서 한층 가파르게 내려갔다"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당국도 굳이 1100원대 거래 수준을 지키려는 의지는 없는 듯하다"며 "급격한 쏠림현상을 차단하는 수준에서 하락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32포인트(0.73%) 오른 2106.70에 장을 마쳤으며, 외국인은 69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5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이날 아시아 환시와 비슷한 수준인 82.71엔을 나타내고 있으며 유로달러 환율은 1.416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