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기 건설산업] 우량사업장 자금숨통 터주고 자발적 M&A…부실 솎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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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해법은일감 부족 등으로 국내 건설업체들의 자금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서 하루빨리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산업 정상화를 위해 △자금 조달을 둘러싼 금융권의 전향적인 자세 △건설업체 간 활발한 인수 · 합병(M&A) △LH(한국토지주택공사) 조기 정상화를 통한 일감(도급 물량) 공급 △건설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국제회계기준(IFRS) 조정 등을 주요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중견 건설업체들은 대부분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회사들"이라며 "채권은행들이 주택경기 위축 등을 이유로 내세워 자금 회수에만 치중하지 말고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신규 자금을 지원해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 등 지방권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는 등 부동산 시장이 최악의 침체기를 벗어나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며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등 틈새 상품에 대한 수요도 꾸준한 만큼 우량 사업장에는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M&A 등을 통한 건설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갈수록 일감이 줄고 있는 시장 규모에 비해 건설사 수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정 기간 부도를 유예해 주면서 부채를 줄여나가는 현행 기업개선작업 못지않게 활발한 M&A를 통해 시장에 과잉 진입한 건설사들이 합종연횡하는 '자발적 구조조정'으로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컨대 토목 전문 건설업체들이 주택사업에 강점을 지닌 중견업체를 인수해 토목 · 건축 · 주택 등 사업별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경우 사업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충고다. 자금 조달 창구 마련이 사업시행자(developer)로서의 건설사를 지원하는 해법이라면 도급업자(contractor)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책도 시급한 당면 과제로 꼽힌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LH만 해도 중소 건설사들에 발주하는 공사 물량이 만만치 않다"며 "하루속히 LH를 정상화시키지 않을 경우 자체(시행) 사업은 물론 수주(도급) 사업 물량까지 모두 묶여 자칫 주택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IFRS 적용 기준을 건설산업의 특성에 맞도록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가 주택산업 등 자체 사업의 '수익인식 기준'을 현실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선분양 방식이 일반화돼 있는 국내 주택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달라는 것.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현행 기준으로는 아파트를 분양한 뒤 계약자들로부터 받는 중도금 등이 모두 부채로 잡힌다"며 "이런 식으로는 주택사업을 계속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만큼 IFRS 기준을 국내 실정에 맞게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