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기 건설산업] 주택시장 5년 불황…대기업 계열 건설업체도 못버틴다
입력
수정
건설사 줄도산 우려"5년 불황에 견뎌낼 회사가 있을까요. 대기업 계열 건설사를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들은 앞으로도 줄도산할 것입니다. "(중견 건설업체 사장)
DTI로 묶고 보금자리 쏟아내 민간아파트 설 자리 빼앗겨
"무분별 사업확장 탓" 시각도
건설사들의 워크아웃 ·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행이 이어지고 있다. 주택전문 업체들이 먼저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말부터 중견그룹 계열 건설사까지 합류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근본 원인으로 2007년부터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주택경기 불황을 꼽고 있다. ◆워크아웃 도미노
작년 하반기부터 나타나고 있는 건설업계 위기의 특징은 중견그룹 계열사들도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시공능력평가 47위인 LIG건설은 2006년 그룹에 인수된 지 5년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LIG그룹은 금융과 건설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전격적으로 건설사를 인수했지만 호황 국면에서 상투를 잡고 상처만 입은 셈이 됐다.
2008년 효성그룹에 인수된 진흥기업도 지난 2월부터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다. 효성이 3년간 2400억여원을 지원했지만 연 이자비용만 600억원인 진흥기업 부채를 계속 떠안고 가기 어려웠던 탓이다. 2008년 대한전선 계열사로 편입된 남광토건도 2010년 6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중견그룹 계열사의 추가 위기설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최근 건설사 좌초의 또 다른 특징은 B등급이나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들이 속속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대출 봉쇄로 자금난 심화건설업계는 1997년 외환위기 때도 무더기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신세를 졌다. 당시 건설사들이 비교적 쉽게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2년 정도 흐른 1999년부터 주택경기가 빠르게 살아난 덕이었다.
10년 뒤인 2007년부터 시작된 건설업 위기는 상황이 다르다. 주택경기 침체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어 재기는커녕 나락으로 빠지는 건설사 숫자가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토목 건축 플랜트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대기업 계열 건설사를 제외하곤 버틸 재간이 없다는 지적이다. 중견 건설업체인 C사의 한 임원은 "신규 사업을 벌여야 살아날 계기를 만들 수 있는데 금융권이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곤 대출을 해주지 않아 재기 기회가 원천봉쇄돼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 과욕으로 경영난 가중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 · 중반 부동산 경기 호황에 취한 건설사들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을 장기 불황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대규모 택지 매입에 쏟아부은 돈이 주택시장 침체로 회수되지 않아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건설경기 침체 요인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놀란 노무현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종합부동산세 등 급진적인 세제 · 금융 대책을 실시해 부동산 시장을 경착륙시켰다. 수요가 없는 곳에 2기 신도시 혁신도시 등을 대거 만들어 미분양의 토대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 들어서는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불황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수요자들이 입지가 좋은 곳에 싸게 공급되는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면서 민간 아파트가 설 자리를 잃어 버렸다는 것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