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100원 붕괴] 물가 안정엔 도움…수출 경쟁력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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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개입 불구 하락 못 막아…1080원 아래로 떨어질 수도원 · 달러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00원대로 떨어졌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되고 외환당국의 달러 매수 개입도 약해져 환율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에 따라 환율의 추가 하락 기간과 폭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했다.
◆2년6개월 만에 1000원대 환율
원 · 달러 환율은 31일 장중 한때 1094원80전까지 하락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환율은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와 공기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수세가 맞서면서 1100원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을 분위기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외환당국이 공기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주가 상승폭이 커지고 역외의 달러 매도가 지속되면서 환율은 결국 11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세계적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환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16일부터 31일까지 12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앞으로 금리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된 점도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국내 채권 등 원화 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자금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외환당국의 개입 강도는 약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외환당국은 그간 환율이 너무 큰 폭으로 떨어지면 수출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 달러 매수 개입을 통해 환율 하락폭을 줄였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수입 물가 안정을 위해 어느 정도의 환율 하락은 용인하고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주가 동향이 관건
환율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랫동안 무너지지 않았던 1100원을 뚫고 내려간 만큼 시장 심리가 추가 하락 쪽으로 급격히 기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수급과 시장 심리 양 측면에서 환율 하락 요인이 우세하다"며 "앞으로 환율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 북아프리카의 정치 불안과 유럽 재정위기 등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이번주 들어 포르투갈 신용등급 하락 등의 악재가 있었지만 각국의 주가는 상승세를 지속했고 환율도 하락했다"며 "환율이 얼마나 더 하락할지는 주가 동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팀장은 "1080원이 의미있는 지지선이 될 것"이라며 환율이 이 수준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환율이 1080원 근처에서는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수출입업체와 외환딜러 모두 1080원을 심리적인 지지선으로 보고 있다"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주춤해지고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환율도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