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모터쇼 참석한 쌍용차 노조

31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터쇼의 기자단 사전 공개행사.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크라이슬러,BMW 등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들의 신차 발표 행사가 연이어 진행됐다. 이 중 쌍용자동차 행사장에서 생산직 근무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김규한 쌍용차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 6명이었다.

이유일 대표이사 바로 옆에 앉아 발표회를 지켜본 김 위원장은 '체어맨H' 신차 발표가 끝난 뒤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마힌드라 부회장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나란히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모터쇼에 온 건 3년 만인 것 같다"며 "쌍용이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 걸음을 뗀다는 생각에 감개무량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영진 노조 대외협력실장은 "임직원들은 다시 해보자는 분위기"라며 "노조도 이번엔 희망이 있다고 보고 한껏 고무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직전 대주주였던 상하이자동차는 1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등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실망을 안겨준 채 철수했지만 마힌드라는 지원 여부를 솔직하게 말한다"고 대주주 인도 기업의 장점을 소개했다. 자동차회사 노조 간부들이 모터쇼에 참석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날 금속노조 산하 현대 · 기아자동차 지부 등 다른 국내 자동차 회사 노조 간부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강성 조합원들의 오해와 반발을 사지 않기 위해서다. 쌍용차 노조는 회사와 조합원을 위한 실리를 선택했다. 2009년 9월 민주노총을 탈퇴했고 무분규를 선언하는 등 노사 협력에 앞장서고 있다.

마힌드라 부회장은 노조의 정성에 감동받은 듯 "오늘은 일상적인 발표회가 아니고 감동적인 자리"라며 "쌍용차 가족의 용기와 결연한 의지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이사는 "쌍용은 두 마리 용을 의미하는 데 바로 쌍용차와 마힌드라"라고 비유했다.

반면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모터쇼 공식 개막일인 1일 킨텍스 앞에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것이라고 예고했다. 모터쇼를 찾는 수많은 관람객과 투자자,딜러들이 어떤 회사에 지지를 보낼까.

최진석 산업부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