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리니지보다 재미있는 야구할 것"

● 프로야구 '제9구단' 엔씨소프트 공식 출범

"어린시절 최동원이 '우상'…야구단 운영도 산업보국"

"엔씨소프트의 엔씨(NC)가 '넥스트 시네마(Next Cinema)'를 의미하듯이 야구경기도 리니지처럼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다음 세대도 신나게 즐겼으면 합니다. 투수가 던지는 공 하나가 극적인 장면을 만들고 한 경기만으로도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겠습니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44)은 31일 경남 창원시의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가진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 승인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이날 그는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부터 야구단 창단 승인패를 받고 구단주로 야구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게임도,야구도 산업보국

엔씨소프트와 창원시 문구가 새겨진 야구 점퍼를 입고 행사장에 등장한 김 사장은 "프로야구 9번째 구단주 김택진입니다"라고 인사말을 시작했다. 이어 야구단 운영도 게임사업과 '산업보국(産業報國)'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자랑스러운 게임인으로서 이번 9구단 창단을 통해 게임 비즈니스도 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며 "이번 창단을 계기로 게임도 어엿한 산업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혹자는 기업의 목적이 이윤 창출이라고 하지만 기업의 제1조건은 가치 창출이고 그 다음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겁니다. 게임 회사를 운영하면서 항상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했어요. "

그는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거듭 얘기했다. 자신이 힘들 때 야구를 통해 용기를 얻었듯이 엔씨소프트 야구단도 사회적 약자에게 희망을 주길 바랐다. 그는 "미국 일본 등의 야구장에 최근 장애인을 위한 좌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에게도 모든 이들이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야구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삶의 지혜서예요. 우리의 삶처럼 다양한 규칙으로 이뤄졌고 단기,장기 전략이 필요하죠.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정보기술(IT) 기업답게 디지털 세대뿐만 아니라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싶습니다. "◆야구 선수를 꿈꿨던 소년 김택진

야구에 대한 각별한 인연과 애정도 소개했다. "어릴 적부터 가슴을 뛰게 한 단어가 야구였어요. 소년 야구 만화 '거인의 별'을 보면서 야구 선수를 꿈꾸기 시작했죠.아버지가 아들을 투수로 만드는 과정을 그린 만화였는데 주인공은 다리에 스프링을 차고 훈련하곤 했어요. 저도 초등 · 중학교 재학 시절 모래 주머니를 발과 팔에 차고 다니면서 야구인의 꿈을 키웠죠.체구가 지금처럼 그때도 크지 않아 빠른 공은 던지지 못했지만 책을 보면서 몇 달 넘게 커브 연습을 했어요. "

고등학교 진학 후 야구 선수의 꿈을 접은 그는 야구에 대한 열망을 프로야구로 해소했다. 그의 우상은 롯데 자이언츠의 최동원 선수.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거둔 그를 보면서다. 그는 "대학 재학 시절에는 야구 글러브보다 컴퓨터 자판기를 더 많이 만졌지만 컴퓨터 일을 하면서도 저를 지탱해 준 것은 야구였다"고 말했다. 그가 야구단 창단의 결심을 내리게 된 계기는 2009년 한국야구대표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이다. 당시 한국 야구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여세를 몰아갔지만 아깝게 준우승에 그쳤다.

김 사장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분전한 김인식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야구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매우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런 감동을 또 줄 수 있는 야구인을 배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창원=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