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산업지표 '빨간불'] 물가 급등속 생산·소비·투자 모두 감소…스태그플레이션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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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생산, 넉달만에 하락…서비스업도 둔화올해 초 경기는 4%대의 고물가 속에서도 수출 등의 호조로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 작년 내내 하락했던 경기 선행지수도 지난해 12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정부 "구제역·한파 등 영향…일시적인 침체"
그러나 2월 산업생산의 모든 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일시적 침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경기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비아 사태 등 대외 변수와 일본의 대재앙 후폭풍 지속 여부 등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생산 · 소비 · 투자 모두 줄었다
지난 2월 생산 · 소비 · 투자 등 경기를 좌우하는 산업활동 지표들은 모조리 감소세를 보였다. 그동안 경기 회복을 이끌었던 산업(광공업)생산은 자동차 부문의 노사 분규 등 여파로 전월 대비 2.3% 감소했다. 산업생산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10월(-2.5%)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82.5%로 전월에 비해 2.2%포인트 떨어졌다.
구제역 등에 따른 물가 불안으로 내수소비도 좋지 못했다. 서비스업은 작년 10월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3.4% 감소세로 반전했다. 소매판매 역시 한파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1월 4.1% 증가에서 2월 -6.1%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설비투자도 기계류 위축으로 8.4%나 감소했다. 건설 부문의 공사 진척도(기성)도 8.5% 감소해 전달(-8.8%)에 이어 침체가 계속됐다. 이에 따라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월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했다.
정규돈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는 증가한 경우도 일부 있지만 전월에 비해서는 모든 산업활동 지표가 감소했다"며 "2월만 보면 일단 경기가 꺾였다고 보는 게 무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졌다기획재정부는 2월의 산업활동 위축은 구제역 등의 영향이 반영된 일시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매판매 감소는 설 특수가 1월에 미리 반영된 데 따른 것 등이라는 이유에서다. 차영환 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3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0%가량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기 회복을 낙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선행지수까지 하락세로 돌아서 경기침체 우려가 한층 커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가 지난달 2.4%로 3개월 만에 다시 0.6%포인트(전월 대비) 하락세를 보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1일 발표되는 3월 소비자물가가 5%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기마저 침체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물가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올랐기 때문에 사실 마땅한 대처 방법이 없다"며 "수출 등 경기마저 꺾이면 스태그플레이션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외 변수가 향방 가른다
전문가들은 일본 대지진 등 대외 요인들이 향후 경기 향방을 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전무)은 "지난해 상반기 성장률이 워낙 높았다"며 "기저효과로 올 상반기에는 성장세가 둔화되리란 예상을 이미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대외 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유가 급등 등의 사태가 발생하면 2분기에도 성장세가 상당히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일본 대지진 여파로 단기적으로는 반사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부품공급 차질로 생산의 '병목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민관이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 변수만 괜찮다면 올 한 해 경기는 2분기에 가장 낮고 3,4분기에 회복세를 보이는 '상저하고'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서욱진/이호기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