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선수協 결성 "우리 권리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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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사퇴 등 협회 파행 반발…지유진·조윤희 등 60명 동참회장 사퇴 이후 표류하고 있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소속 선수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선수협의회를 전격 결성키로 했다. 지유진 KLPGA 선수분과위원장과 홍진주 조윤희 등 여자 선수 6명은 31일 저녁 성남시 서현동에서 모임을 갖고 1일 한국여자골프선수협의회를 발족하기로 합의했다.
1일 발표…참여 선수 더 늘 듯
여자 선수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선종구 하이마트 대표의 회장 사퇴로 개막전이 취소된데다 두 차례의 회장 선출 무효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와 관련,선수들 사이에 더 이상 협회를 이대로 놔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앞으로 협의회를 통해 현 집행부와 임원들의 사퇴를 요구하고 새 회장 선출과 향후 이사진 및 대의원 구성에 관한 요구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지유진 KLPGA 선수분과위원장은 "이미 60명 이상이 선수협의회 발족에 동의했다"며 "1일로 예정된 투어프로세미나에서 더 많은 선수들이 동참의사를 밝히겠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와 동등한 위치에서 선수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단체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선수협의회는 강경한 성향의 선수 출신 인사가 중심이 된 협회 이사진에 선수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조윤희 프로는 "선수로서 필드에서 뛰며 느낀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선수협 차원에서 협회와 얘기하겠다"며 "선수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우선 협회 내 선수분과위원을 현재 6명에서 9명 정도로 확대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홍진주 프로는 "협회 이사진은 필드를 뛰는 선수들의 의견을 묻고 함께 가자고 얘기해야 한다"며 "선수협 발족 뒤 선수들의 의견을 모으고 협회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여자프로골프 선수협의회 추진은 3년 전에도 시도된 적이 있다. 2008년 10월에 열린 SK에너지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폭우가 몰아치고 안개가 짙어지자 협회가 선수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경기를 취소하는 바람에 신지애 홍란 등 30여명의 선수가 모여 선수협 구성에 뜻을 모았으나 흐지부지됐다.
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KPGA)에는 선수협의회가 결성돼 있다. 이들은 원아시아투어 편입으로 인한 한국선수 출전기회 축소에 반발해 작년 4월 개막을 앞둔 매경오픈을 보이콧하며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처음 설립된 선수협은 2000년 '프로야구선수협회'다. 당시 진통 끝에 설립된 선수협은 현재 프로야구 선수들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단체로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