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전 인물열전] (45) 노중련(魯仲連)…'100만 대군' 돌려세운 두둑한 배짱

'독도 외교' 그의 기백 배울만
수서양단(首鼠兩端)이란 말이 있다. 쥐가 머리를 내놓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보는 것이다. 노중련(魯仲連)은 제나라 맹상군의 식객으로 어느 날 조나라를 지나다가 진나라의 100만 대군에게 포위당한 상황을 특유의 설득력으로 정면돌파하게 만든 자다. 그의 두둑한 배짱을 한번 따라가 보기로 하자.

진나라 소왕은 장수 백기를 내세워 조나라 군사 40만을 무찌르고 수도 한단을 포위한다. 조나라는 주변국들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진나라의 위세에 눌려 꼼짝하지 못했다. 위나라만이 원조병을 보냈는데 그나마 사태를 관망하더니 위나라 장군 신원연(新垣衍)이 은밀히 조나라의 평원군 조승(趙勝)을 만나 항복을 권유했다. 그의 말은 지금 진나라가 조나라 수도를 포위한 것은 땅을 욕심내서가 아니라 소왕이 제(帝)가 되고 싶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평원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민에 빠졌다. 마침 조나라를 지나던 노중련이 이 이야기를 듣고 평원군을 찾아가 신원연을 만나게 해 달라고 했다. 그를 꾸짖어 돌려보내겠다는 것이었다.

신원연은 노중련을 만나자마자 하인 열 명이 주인 한 명에게 복종하는 것은 주인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면서 냉소적인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그러자 노중련은 침착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제나라 민왕이 작은 노나라를 방문하면서 천자에 맞는 예우로 자신을 대해 달라고 했으나 노나라는 성문을 닫아버리고 민왕을 거부했다. 결국 민왕은 작은 추나라로 가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려고 했다. 마침 추나라 군주가 죽어 상중이었는데 민왕이 '천자의 조문' 방식을 요구하자 추나라 신하들은 "차라리 우리가 칼에 엎어져 죽겠다"며 거부했다. 이처럼 약한 나라들도 국가의 자존심을 지켜냈는데 수레가 만승(萬乘)이나 되는 큰 나라가 어찌하여 싸워볼 생각도 하지 않고 항복을 구걸하느냐는 것이다. 그는 "당신이 지금 하려는 일은 삼진(三晋)의 대신들을 추나라와 노나라의 하인이나 첩만도 못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질책했다.

이 말을 들은 신원연은 즉각 절을 두 번 하며 노중련을 으뜸가는 선비라고 칭송했다. 그가 진나라에 대항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백기는 군사를 50리나 뒤로 물렸고,결국 철군했다.

평원군은 공을 세운 노중련에게 봉지를 내리려 했지만 노중련은 받지 않았다. 평원군이 아쉬운 마음에 술자리를 마련하고 무르익은 분위기를 틈타 천금을 내놓으며 자신의 곁에서 큰일을 맡아줄 것을 거듭 권하자 노중련이 웃으며 말했다. "천하에서 선비가 귀하게 여겨지는 까닭은 다른 사람의 걱정거리를 덜어주고 재앙을 없애주며 다툼을 풀어주고도 보상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도 영유권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는 이때,노중련처럼 소신과 자존심을 지키면서 일본의 망상을 잠재울 수 있는 외교력을 발휘할 사람은 없는가.

실효지배라는 말도 그렇고 이틀이나 거부당한 주일대사의 항의방문 건도 그렇다.

적당히 얼버무리며 들끓는 민심을 잠재우려 하는 듯한 외교적 수사는 전 국민의 마음을 서글프게 만들 뿐이다.

김원중 <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