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각국 금요시위 충돌..사상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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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권 휴일인 금요일을 맞아 1일 예멘, 시리아 등 중동 각국에서 대규모 반(反) 정부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대와 경찰 간 유혈충돌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2주 전 금요일인 3월 18일 예멘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총을 쏴 52명이 숨지고, 한 주 뒤인 25일에도 시리아에서 시위대 수십명이 숨진데 이어 '피의 금요일'이 또 다시 재연됐다.
금요일마다 중동 이슬람권의 시위가 격화하는 것은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열리는 금요예배에 참석한 대규모 군중이 그대로 거리로 나와 시위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시리아에서는 보안당국이 정치개혁 이행을 촉구하는 시위대에 총을 쏴 10여 명이 숨졌다고 시위 참가자들이 전했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진 두마 지역에서는 3천여 명이 국가비상사태법 폐지 등 정치개혁을 즉각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최루가스를 쏘며 시위대를 강제해산하다 총을 쏘기 시작해 최소 8명이 숨졌다고 시위대가 전했다.
시리아 반 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데 촉매 역할을 한 남부 다라 지역에서도 5천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3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라 지역은 지난주 금요일에도 경찰이 시위를 강경 진압해 수십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시리아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최근 2주간 최소 73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1963년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시리아에서는 1970년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하페즈 아사드 전 대통령이 2000년 사망하자 그의 아들인 아사드 대통령이 권력을 넘겨받아 40년 넘게 세습 독재를 이어오고 있다.
3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반 정부 시위가 수도 사나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수십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이는 지난 2월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사나대학 인근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반 정부 시위대는 살레 대통령이 연내 퇴진 방침을 철회하고 집권당마저 2013년까지 그의 임기 보장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 분노하며 살레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시위 현장 주변에는 시위를 지지하는 군인들이 배치돼 친 정부 시위대의 접근을 막았다.
예멘군 내부에서는 1기갑사단장인 알리 모흐센 알-아흐마르 소장이 지난달 21일 시위 지지를 선언한 이후 그에게 동조하는 군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
반 정부 시위 장소에서 4km 떨어진 사빈 광장에서는 역시 수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친 정부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예멘 국기와 살레 대통령의 초상화를 흔들고 친 정부 구호를 외치며 살레 정권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살레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나는 위대한 국민들을 위해 나의 피와 영혼, 가치 있는 모든 것을 희생할 것이라고 맹세한다"고 밝히며 즉각 퇴진 의사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남부 아비안주 로데르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예멘에서는 지난 18일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하루에만 52명이 숨지는 등 시위사태 이후 현재까지 모두 82명이 숨졌다.
오만 북부 소하르 지역에서는 시위 참여 혐의로 앞서 체포된 가족들의 석방을 요구하던 시위대 수십 명이 경찰과 충돌, 1명이 숨졌다고 현지 정부 관리가 전했다.
오만군은 부패 척결, 실업난 해소 등을 촉구하며 한 달 가까이 농성을 벌여온 시위대를 지난달 29일 강제해산했다.
요르단에서는 암만시청 앞에서 약 600명이 모여 정치개혁과 부패 척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인근에는 친 정부 시위대 50여 명이 압둘라 2세 국왕의 사진을 들고 맞불 시위를 벌였지만 양측 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요르단 시위는 중동 다른 국가와 비교해 규모가 작았지만 지난주 금요일 시위대 간 충돌로 1명이 숨지고 160명이 다친 이후 격화될 조짐을 보여 왔다.
이집트에서도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광장과 북부 해안도시 알렉산드리아에 각각 수천명이 참여한 가운데 시위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그의 가족, 무바라크 정권 조력자들에 대한 신속한 사법처리를 촉구하고, 무바라크 일가가 빼돌린 해외자산을 조속히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동부 아와미야 지역에서 시아파 주민 수백 명이 시아파 차별정책 폐지를 촉구하고, 인접국 바레인에서 시아파 주도로 진행돼 온 시위에 대한 사우디의 개입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