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겐하임이 선택한 이우환…'제2 백남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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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6~9월 대규모 회고전'이우환 훈풍'이 봄 화단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씨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오는 6월24일부터 9월28일까지 대규모 회고전을 펼친다. 그의 사상적 배경과 작업 과정을 논한 《만남을 찾아서》(학고재 펴냄)가 국내에서 출간됐고,대구에서는 '이우환미술관'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미학이론書 '만남…'도 호평
대구선 '이우환미술관' 추진
1956년 서울대 미대를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후 미술,문학,미학에 몰입하며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현한 지 40여년.동서양 예술의 가교 역할을 해온 그의 작품이 일본과 유럽을 넘어 미국 뉴욕과 서울,대구에서 동시에 빛을 발하고 있다. ◆구겐하임 회고전으로 북미 진출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이 올 여름 기획전 주인공으로 이씨를 선택했다는 것만으로도 세계 화단은 주목하고 있다. 구겐하임미술관은 미국 철강업계 거물인 솔로몬 구겐하임이 수집한 현대 미술품을 기반으로 1937년 설립한 세계적인 미술관이다. 이곳에서 한국 작가가 개인전을 여는 것은 2000년 미디어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 이후 처음이다. 이씨의 회고전은 활동무대를 일본과 유럽에서 북미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무한의 제시'를 주제로 한 이 전시회는 미국 유명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미술관 원형 홀에서 시작해 6층에 이르는 나선형의 전시공간 전체와 부속 갤러리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특정 장소에 돌을 쌓아 놓은 신작을 비롯해 1960년대 회화와 조각,드로잉,설치 작품 등 90여점이 소개된다. 그의 작품 특징은 인간과 자연의 만남을 모노하(物派 · 사물 고유의 세계를 오롯이 드러내는 미술) 미학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나무와 돌 점토 철판 등 자연 소재를 '있는 그대로' 전시장에 놓아둔 작품들은 공간,위치,상황 등에 따라 각각의 고유성을 발현하는 동시에 공명 효과를 발휘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술관 측은 "지난 40여년간 한국과 일본,유럽 등에서 활동한 뛰어난 조각가이자 화가이며 사상가"라고 그를 소개하며 "이번 회고전은 이우환을 역사적 인물이자 동시대 거장의 자리에 올려 놓는 전시"라고 평가했다.
◆미술과 철학의 아름다운 변주최근 번역 출간된 《만남을 찾아서》는 이씨의 미술과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저서다. '모노하 운동'을 창시한 그의 사상적 배경과 전개 과정을 논한 글들을 묶은 것.일본에서 그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 논문 등 6편의 글이 수록돼 있다. 순수 자연물과 인공물은 어떤 관계를 맺는지,사물과 인간은 어떤 관계로 정의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쉽게 설명해준다.
이씨는 '만남'이나 '장소성''외부성''양의성''재제시' 같은 개념들과 다양한 철학,예술이론을 동원해 모노하 작가들의 작업을 분석하면서 탁월한 이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의 이론은 회화 작품 '점으로부터''선으로부터''조응' 시리즈와 조각,설치 작품의 이론적 토대가 됐다.
◆안도 다다오가 미술관 설계대구의 '이우환미술관' 건립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부터 이씨의 미술관을 유치함으로써 세계적인 수준의 문화 콘텐츠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이를 적극 추진해왔다. 미술관 후보지는 대구 두류공원과 앞산공원 일대 등으로 알려졌다.
건축 설계는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맡는다. 미술관 면적은 3만㎡ 정도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안도 다다오 건축회사 실무자들이 대구를 방문,미술관 후보지를 둘러봤다. 대구시 관계자는 "구체적인 미술관 입지와 규모,설계 방향은 오는 7월 이씨와 안도 다다오의 대구 방문 때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