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타임오프 이면합의…전임자 수 편법유지 논란

재계 "명백한 위법"…고용부 뒷짐에 혼란 가중
현대차, 234명 무급휴직 발령…노조 즉각 반발
한국GM 노사가 기존의 노조 전임자를 모두 유지하도록 무급전임자 81명분에 해당하는 임금을 가산상여금의 편법인상을 통해 충당키로 해 노동계에 파란이 일고 있다.

한국GM 노사의 이면합의는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제도의 입법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타임오프 협상을 벌이고 있는 다른 사업장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정부까지 "노사 자율적 합의로 이뤄진 만큼 위법행위가 아니다"며 방관하고 있다. 이 바람에 회사 측과 타임오프 관련 특별협상을 시작한 현대차 노조 등도 "전임자를 한국GM 방식으로 해달라"고 요구해 회사 측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편법인상에 정부는 뒷짐

한국GM 노사는 최근 타임오프 관련 특별교섭을 갖고 가산상여금 지급기준을 기존 30시간에서 39.2시간으로 조정키로 잠정 합의했다. 새로 추가된 가산상여금 9.2시간분은 월 4만2764원(통상임금 기준 2.2%)으로,이를 모두 조합비로 걷기로 했다. 조합비가 기존 통상임금의 1%에서 3.2%로 220%가 인상되는 셈이다. 한국GM 노조원 수는 9993명으로 인상된 조합비는 연간 50억6700만원에 달한다.

이 중 46억600만원은 무급전임자 81명의 임금으로 사용되고 나머지 4억6100만원은 여직원임금,차량유류비 명목으로 활용된다. 기존 전임자 수는 실제로 109명(공식발표는 89명)으로 28명이 유급으로 인정되는 파트타임전임자인데 기존 전임자를 모두 인정해 준 것이다. 이처럼 과도하게 조합비를 인상하며 전임자를 유지했는데도 조합원들의 반발이 없는 것은 이면합의를 통한 편법타결 때문이다.

하지만 타임오프제도 정착에 앞장서야 할 고용부는 편법타결에 대해 "노사 당사자간 합의여서 위법행위가 아니다"고 말한다. 류경희 고용부 노사관계법제과장은 "한국 GM의 전임자 합의내용은 편법적인 성격이 있지만 노사당사자가 합의한 만큼 노동관계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와 노동전문가들은 "고용부가 너무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어 노사현장의 갈등만 부추긴다"고 반박했다.

한국경총 관계자는 "한국GM노사가 이면합의를 통해 전임자임금을 보전해 주기로 한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와 제81조 4호를 위반한 것으로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명백한 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남성일 서강대교수도 "한국GM 노사의 편법 타결은 타임오프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정부가 강력한 행정지도 없이 노사자율만 외친다면 타임오프제도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오프 무너진다" 노동현장 비상

한국GM의 편법타결에 정부도 뒷짐을 지자 노동현장에선 "타임오프의 취지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한국GM 방식으로 전임자를 모두 유지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전임자 수는 단협에 명시된 90명에 임시상근자 등을 포함,모두 234명에 이른다. 회사측은 이날 이들 전원에게 무급휴직 발령을 냈다.

개정노조법에서는 조합원 4만5000명인 현대차노조의 유급전임자는 24명이다. 따라서 노조는 나머지 무급전임자 210명에 대해 GM방식을 통해 모두 유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한국GM의 편법타결 이후 노조의 요구가 더욱 거세진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204명인 전임자를 절반 이하인 91명(유급전임자 21명,무급전임자 70명)에 합의한 기아차 노조 역시 한국GM의 편법타결 이후 노조내부 강경파들의 반발에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GM의 타임오프 타결 방식이 현대에 적용될 경우 이미 타결한 기아차와 다른 민주노총 금속노조 사업장,그리고 최근 타임오프 무력화투쟁을 선언한 한국노총 사업장에서도 전임자를 늘리기 위한 재교섭 요구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 가산상여금기업이 정기 급여 외 추가 지급하는 상여금에 특정 시간분의 금액을 더해 주는 제도.한국GM은 근로자들에게 연봉의 700%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지급해 왔고 추가로 30시간분의 가산상여금을 더해줬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