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 상장사 2010년 실적] 상장사 영업이익 45% 급증…IT·자동차 '투톱'이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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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 601社, 작년 영업익 15% 증가
금융사도 호전…건설·비금속광물은 부진
상장사들이 지난해 금융위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호실적을 만끽했다. 유가증권시장(601개사)과 코스닥시장(801개사) 총 1402개사의 지난해 매출은 1109조6317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15.7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총 88조2833억원으로 43.60% 늘었다. 순이익도 77조795억원으로 64.22% 급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제조업종이 경기회복세를 타고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표기업들은 달라진 글로벌 경쟁력을 기반으로 잇따라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았다. 수익성 지표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되찾았다. ◆코스피 기업 1000원 팔아 69원 남겨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86개사 중 비교 가능한 601개사의 매출 총액은 1027조6924억원으로 전년(888조4112억원) 대비 15.68% 늘어났다.
영업이익 역시 2009년 57조3345억원에서 지난해 83조2649억원으로 45.23% 급증했다. 정미영 거래소 유가시장본부 공시총괄팀장은 "2009년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3% 소폭 증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지는 성장세"라며 "상장사 실적이 금융위기 이전의 호황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내수가 회복됐고,반도체 자동차 기계 등의 수출이 호조였던 점이 영업이익 급증으로 이어졌다. 순이익은 지난해 74조101억원으로 한 해 전 43조8712억원보다 68.70% 늘어나 증가폭이 더 컸다. 자회사 실적이 좋아지면서 지분법 이익 등 영업외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산재평가 차익 등이 발생하면서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98.54%로 9.52%포인트 감소했다.
수익성도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09년 5.68%에서 1.28%포인트 늘어난 6.96%(금융업 제외)에 달했다. 1000원어치를 팔아 69원 넘게 남긴 셈이다. 호황을 누렸던 2007년 상장사 영업이익률 7%에 근접했다.
◆IT · 자동차가 턴어라운드의 양날개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실적잔치를 이끈 주인공은 전기전자와 운수업종이다. 전기전자업종 영업이익은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등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758.47%(K-GAAP 적용기업 기준) 급증했고 순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삼성전자는 58.3% 늘어난 영업이익 17조원(IFRS 연결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하이닉스는 순이익이 흑자로 전환했다. 환율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출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운수장비업종의 영업이익은 45.17% 늘어났고 순이익도 70.49% 급증했다. 현대차가 중동과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개척하며 전년 대비 17.8% 증가한 107만대를 수출하는 등 글로벌시장 점유율을 높여간 것이 보탬이 됐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자동차와 IT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났다"며 "글로벌 경기도 좋아졌지만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좋아지면서 이익이 질적 양적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금융업종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시중금리가 내리고 수신이 호조를 보이면서 예대금리 차가 2009년 2.14%에서 지난해 2.72%로 0.58%포인트 확대됐다. 주가가 크게 뛰면서 출자전환 기업의 주식 매각에 따른 이익도 급증했다. 금융업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1.25%로 전년(11.88%)보다 9.37% 포인트 뛰었다. 운수창고와 기계업종이 전년 대비 흑자로 전환하는 등 대부분 업종이 2009년보다 순이익이 늘었다.
◆건설 전기가스업은 여전히 부진
건설업 비금속광물 종이목재 전기가스 등 4개 업종은 순이익이 한 해 전보다 줄어들어 표정이 엇갈렸다. 건설업은 주택경기 회복이 더뎠던데다 해외건설 부문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전년에 이어 2934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건설경기가 침체되다 보니 시멘트 수요가 감소하는 등 비금속광물업이 적자로 돌아섰다. 전기가스업의 경우 정부의 물가억제 정책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받았다. 국제유가는 오른 반면 전기가스 공공요금이 동결돼 전기가스업종 순이익은 9.44% 감소했다.◆알림=국제회계기준(IFRS)을 조기 적용한 50개사(유가증권 28개 · 코스닥 22개)의 실적은 개별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연결재무제표는 종속회사 실적이 100% 반영되는 항목이 있는 데다 기업회계기준(K-GAAP)을 적용한 회사들과의 실적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