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40초에 1대꼴' 코롤라가 월드 베스트셀링카 된 이유가…
입력
수정
도요타자동차의 코롤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승용차다. 1966년 1세대 모델이 등장한 이래 45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3700만여 대가 판매됐다. 지난 10년간 판매량만 계산하면 1100만대에 달한다. 도요타 제1개발센터 제품개발그룹의 야스이 신이치 수석엔지니어는 "코롤라 판매량을 시간으로 따져보면 40초에 1대 꼴로 판매된 결과"라고 말했다.
베스트셀링의 이유가 궁금했다. 과연 무엇이 코롤라를 이처럼 역사와 전통을 지닌 세계적인 승용차로 만들었을까. 그에 대한 궁금증을 강원도 평창에서 체험했다. 한국도요타는 1일 미디어 시승회를 열고 10세대 코롤라를 공개했다. 시승 코스는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정동진 조각공원까지 약 60km 구간. 국도와 영동고속도로를 오가며 1시간가량 코롤라를 시승했다. '안락' '정숙' '안전' 3가지 매력 갖춰
코롤라는 캠리와 마찬가지로 패밀리카를 지향한다. 패밀리 세단은 편의성과 정숙성, 안전성 등을 중요한 특징으로 삼는다. 때문에 디자인과 스타일은 포인트가 약할 수밖에 없다. 코롤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승에 앞서 외관을 둘러봤다. 이전 세대보다 헤드램프 디자인은 좀더 날렵하게 바뀌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사다리꼴 대형 범퍼 그릴을 적용했다. 유선형 캐릭터 라인은 첫 인상에 이목을 사로잡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런 차는 오래 타도 촌스럽지 않은 차, 즉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모델이다.
운전석에 앉아보면 실내 공간은 편안함과 안락함이 느껴진다. 바깥에서 차를 볼 때보단 승차 공간이 의외로 넉넉하다. 회색 톤 천연가죽시트로 내부를 꾸민 인테리어는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센터페시아는 메탈릭 그레이와 우드그레인 장식을 조화시켜 고급감이 감돌고, 조작 시 정확성을 높인 게이트 타입의 변속 레버 역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트렁크 공간은 골프백 4개가 들어가는 470리터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코롤라는 조용한 준중형차다. 시속 100km 속도로 달려도 풍절음(주행 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작았다. 정숙성은 렉서스급 못지 않았다. 특히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속 페달을 조금 세게 밟아도 엔진 소음 또한 크지 않았다. 정숙함은 코롤라의 장점이다.
이 차는 1.8리터급 직렬 4기통 듀얼 VVT-i엔진과 4단 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출력은 132마력, 최대토크는 17.7kg·m의 힘을 낸다. 직접 타본 결과 성능 수치에 비해 가속감이나 토크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엔진회전수(rpm) 2500이면 시속 120km 속도를 낼 수 있다. 핸들링은 전자식 파워스티어링(EPS)의 도움을 받아 정교한 편이다. 이 차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주행 만족도는 무난한 수준이다. 공인 연비는13.5km/ℓ다. 특히 브레이크 응답성은 뛰어났다. 주행 중 과속방지용 카메라를 확인한 후 가볍게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꽤 민첩하게 반응했다. 확인해 본 결과 코롤라의 브레이크 제어 시스템은 잠김방지 제동장치(ABS)와 전자식 제동력 분배장치(EBD), 제동보조장치(BA), 트랙션 컨트롤(TRC) 및 차체자세제어장치(VSC) 등 5가지 주요장치로 구성됐다.
다만, 고급 옵션을 따지는 수입차 고객이라면 코롤라의 제품 만족도가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준중형차 특성상 편의사양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 화면이 작은 것도 흠이다. 큰 모니터를 좋아하는 운전자라면 약간 답답함을 느낄 수 있어서다. 주차브레이크는 요즘 신차들과 달리 변속기 사이드에 장착된 핸드 방식이다. 조금은 보수적이다.
'토털 밸런스'로 무장한 패밀리카···미혼자가 타면 '글쎄'시승회 당일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부친이 1세대 코롤라를 사왔고 당시 코롤라는 2도어 세단이었다"면서 "부친이 드라이브를 무척 좋아해 주말 때마다 코롤라를 타고 나들이를 갔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술회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이 같은 추억담을 예로 들며 '코롤라는 패밀리카'라는 성격을 강조했다.
시승회에 동참한 야스이 신이치 엔지니어는 코롤라의 탄생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하세가와 초대 코롤라 수석 엔지니어가 오늘날 코롤라 엔지니어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지구상 모든 이들의 행복과 여유로운 삶을 위해 코롤라를 개발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왜 코롤라가 베스트셀링카로 지속 가능했는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코롤라는 끌리는 매력은 약하지만 균형 감각이 좋은 승용차라는 평가도 나왔다. 글로벌오토뉴스의 채영석 국장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량을 개발할 때 한 가지 요소를 만족하기 위해선 다른 하나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만일 디자인을 강조하고 싶다면 승차감이나 엔지니어링의 만족도는 일부 감수해야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채 국장은 "그런 측면에서 평가한다면 코롤라는 '토털 밸런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승용차"라고 언급했다. 뭔가 튀는 개성은 없더라도 엔지니어링과 승차감, 스타일 등 전체적인 균형은 잘 짜여진 세단이라는 것이다.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 당일 나카바야시 사장은 "올해 한국시장에 코롤라 1800대를 팔겠다"고 밝혔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신차 풍년인 올 한해 꼼꼼한 마케팅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국내 판매 가격은 2590만~2990만원이다. 기혼자가 패밀리카를 고려한다면 유행을 덜 타는 코롤라는 괜찮은 선택이다. 만약 미혼자가 코롤라 구매를 망설인다면 혼다 시빅을 권한다. 평창(강원)=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