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치자금 허용 방침 철회…선관위, 비판 여론에 '백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기업과 단체의 정치자금 후원을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철회하기로 했다. 청와대의 반대 의견과 '돈 정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여론의 비판에 밀려 꼬리를 내린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4일 "전체회의에서 선관위를 통한 기업과 단체의 정치자금 지정 기탁과 중앙당 및 시 · 도당 후원회 허용 등의 법률 개정 의견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지난달 25일 법인과 단체가 연간 1억5000만원까지 선관위에 정치자금을 기탁하고,선관위가 이를 국고보조금 배분 비율에 따라 정당에 나눠주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2004년 정치자금법을 개정한 이후 청목회 사건처럼 '후원금 쪼개기'가 논란이 되자 이를 양성화하자는 게 선관위의 논리였다.

청와대는 사흘 뒤 "깨끗한 정치를 하자는 취지의 정치자금법을 선관위 안처럼 수정하는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선관위가 "불쾌하다"고 재반박하는 등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선관위는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