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식품업종 업황, 국제 곡물가격 하반기엔 안정 예상

정부 가격통제 오래 못갈 것

송우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20.9% 상승했지만 식음료업은 6.6% 상승에 그쳐 수익률이 시장 대비 큰 폭으로 밑돌았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음식료 · 담배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약 3.5~4.5%였다. 그러나 2009년 이후 비중이 줄어 현재 약 2.7%까지 하락했다.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장세에서 유독 음식료 · 담배산업만 수익률이 저조하고 비중이 줄어든 것은 단순히 베타(시장 민감도)가 낮은 시장방어적 산업이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곡물가격 인플레가 안긴 시련지난해 음식료산업은 안팎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첫째,국제 곡물가격 상승을 꼽을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곡물 작황이 호황을 맞고,투기 세력이 이탈하면서 국제 곡물가격은 하락시기를 맞았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 기상이변과 글로벌 유동성 증가로 인해 국제 곡물가격은 5~6월 저점을 찍은 이후 올해 2월까지 급등세를 나타냈다. 원당은 최고 158% 올랐고 밀,대두,옥수수 가격도 저점 대비 각각 104%,55%,125% 폭등했다.

둘째,이렇게 국제 곡물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정작 국내 음식료 제품 판매가는 이런 원가 상승을 거의 반영하지 못했다. 주요 소재식품의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설탕은 2009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투입 원당가격이 113%가량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설탕가격 인상은 8.9%에 그쳤다. 이로 인해 지난해 제당기업의 영업실적은 악화됐다. 설탕뿐만 아니라 정부 물가관리 52개 품목 중 23개 품목이 음식료와 관련된 것들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 원당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제당업계는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고 지난해 8월과 12월,올 3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설탕가격을 현실화했다. 올 1분기부터는 밀가루,대두유와 같은 제품들의 투입 원가도 상승해 향후 제품 판가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가격 행정통제 '약발' 약해진다

만약 이들 품목의 가격이 인상된다면 밀가루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면류기업과 제과기업의 제품가격도 인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의 행정력만으로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향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또한 상승세를 멈추면서 음식료기업의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저금리,고환율 정책을 유지하면서 물가에 대해서는 행정력으로 통제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반기 식음료산업을 둘러싼 여건들은 차츰 호전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올해 2~3월 초 사이에 고점을 형성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국제 곡물가격이 급락했던 2004년과 2008년은 세계 곡물재고율(재고량/소비량)이 20% 이상으로 상승했던 시기였다. 세계 기상 이변으로 지난해 감소했던 세계 곡물 생산량이 올해 전년 대비 약 6% 이상 증가한다면 곡물재고량이 20%를 넘어서면서 다시 곡물가격이 하락시기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생산량과 재고량이 늘어나면 비상업적 투기 세력의 차익 실현에 대한 욕구가 증대되고,곡물가격이 급격한 하락기를 맞게 된다. 곡물을 매입해서 투입하기까지 약 6개월의 시차를 고려한다면 올해 3분기까지는 높은 가격의 곡물이 투입되겠지만 그 이후에는 원가 안정이 기대된다. 원가가 안정되면 실적 또한 개선될 수 있을 전망이다. ◆식음료기업 해외사업 이동 '가속화'

또한 과거와 달리 국내 식음료기업들의 무게중심이 내수 위주에서 해외사업으로 상당 부분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국제 곡물가격 급등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식음료기업 가운데 해외사업 비중이 가장 높은 오리온의 경우 올해 중국,베트남,러시아를 포함한 해외제과 매출이 8000억원을 넘어서고,국내 제과 매출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익 기여도 측면에서도 해외 제과에서의 영업이익률이 국내 제과와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외 제과 영업이익은 801억원으로 국내 제과 영업이익(691억원)보다 16%가량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대표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 역시 향후 성장동력을 국내 식품이 아닌 해외 식품과 바이오 부문에서 찾고 있다. 지속적인 생산설비 증설로 올해부터는 해외 바이오 계열사의 영업이익이 국내 영업이익을 앞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에는 식품첨가제인 핵산 부문뿐 아니라 사료첨가제인 라이신 부문에서도 세계 시장점유율 1위가 기대된다.

국내 음식료기업들은 지난해 국내외 어려운 영업상황에서도 꾸준한 체질 변화를 통해 끊임없이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아울러 곡물가격도 올해 상반기를 고점으로 하락 반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식음료산업을 주목해봐야 할 시기로 판단된다.

송우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