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 '적정'이 안전보장?…비정상 거래 뜯어봐야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감시하는 외부감사인(회계법인)들이 최근 '특수관계자와 거래내역'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회사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특수관계자와 비정상적인 거래를 해 매출을 올리는 수법 등을 일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의견 '적정'을 받은 비교적 안전한 기업이라고 해도 투자자들이 꼭 살펴봐야 하는 투자요소인 셈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자동차부품용 주물소재 제조업체인 영화금속은 지난달초 '적정'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영화금속의 재무제표를 검토한 신우회계법인은 그러나 보고서 전면에 "감사의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항으로, 당기(2010년)와 전기(2009년) 중 특수관계회사인 (주)엔브이에프 등에 제품매출 등 99억5900만원과 80억6100만원을 포함해 199억8500만원과 269억3300만원의 거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당기와 전기말 현재 채권잔액은 11억3400만원과 11억500만원이며, 채무잔액은 1억5100만원과 40억600만원"이라며 "당기말 현재 영화금속이 (주)엔브이에프 등에 약 131억원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고 이 감사인은 명시했다. 영화금속은 지난해 약 1077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 중에서 특수관계사인 엔브이에프를 통해 약 20%의 제품매출 거래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특수관계자와 거래내역은 감사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그 이유는 회사 대주주 및 경영진들이 특수관계자들과 거래에서 일종의 특혜 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특수관계자와 거래시 정상적인 거래보다 더 비싸게 사주거나, 싼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지적들이 제기되면서 외부감사인들도 최근 '특수관계자와 거래내역'을 보고서 앞면에 별도로 표시해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관계인들끼리 거래가 '계속사업의 불확실성' 다음으로 중요한 감사기준이란 뜻이기도 하다.

기타법인이지만 한독화장품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쉽다. 한신회계법인은 이 보고서에서 "회사는 2010년 회계연도에 회사의 주주 및 임직원과 금전소비 대차거래가 있었다"며 "재무제표일 현재 주주 및 임직원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모두 42억5900만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감사의견 '적정'을 받은 곳이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며 "비정상적인 '특수관계자와 거래내역'을 발견할 수 있는 감사보고서 항목 등을 꼼꼼히 뜯어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