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울지마 톤즈'의 감동

가족이나 이웃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서 가끔 미디어를 통해 아름다운 사랑과 헌신의 이야기를 접하면 뭉클해진다. 그럴 때마다 이웃사랑을 실천해야지 하며 도전을 받는다. 몇 해 전 저소득자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운동인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세워 놓은 기둥에 벽을 세우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여러 명이 합세해 큰 벽을 들어올리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했던 기억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필자와 같이 짧은 기간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봉사하며 사랑을 실천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러한 실천적인 사랑을 평생 온 몸과 마음을 바쳐 실천한 분,이태석 신부가 있다. 이 분은 우리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아름다운 모습을 남기고 가신 분이다. 이 분의 삶을 KBS에서 다큐멘터리로 만든 영화가 '울지마 톤즈'다. 이 영화는 가난 속에서 의사가 됐지만 자신의 성공을 기대하며 바느질로 학비를 댔던 어머님을 설득해 신부로서 남부 수단의 '톤즈'라는 가난하고 위험한 전쟁터로 일터를 옮긴 이 신부의 아름다운 인간 승리와 인간 존중을 보여줘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전해줬다. 아무도 관심조차 주지 않는 사람들에게,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체념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앞날을 기약할 수 없다고 느끼고 사는 청소년들에게 사랑과 지혜와 희망으로 다가가 행하신 남부 수단에서의 선교 의료 교육 사역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천부적인 음악적 재능과 지혜를 보여주었던 이 신부의 삶을 만난다. 그는 48세로 짧은 삶을 마감했지만 어느 누구도 평생에 할 수 없는 일을 해내셨다. 이 신부가 사역했던 그곳은 금년 초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절대 다수가 독립을 찬성해 오는 7월9일 새로운 독립국가로 태어난다. 이러한 희망적인 상황을 보고 그는 천국에서 아주 기뻐할 것이다.

이 신부의 짧은 삶은 살아 있는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줄 뿐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 자신의 성취와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온 사람들에게 더 이상 그런 것들에 매달리지 않도록 변화를 요구하고,가난한 사람들을 위해,병든 사람들을 위해,무지한 사람들을 위해,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을 위해,마음의 상처가 큰 사람들을 위해,영혼이 황폐한 사람들을 위해 실천의 삶을 살도록 촉구한다.

왜 우리는 이 신부와 같은 삶을 보며 가치 있는 삶에 대한 도전을 받고,그런 삶을 추구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며,땅을 보는 삶이 아니라 하늘을 보고 사는 인간이기 때문이고,자신을 비워 남을 채워주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깨달음 때문이고,빈손으로 이 땅에 온 인생이 빈손으로 떠나는 것을 향한 도전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안창호 < 美렉산제약 회장 ahnch@rexahn.com >